'공탁'은 했지만 '합의'는 막혔다…답 없는 국선에 타는 속
'공탁'은 했지만 '합의'는 막혔다…답 없는 국선에 타는 속
'벌금 감경' 공탁과 '전과 삭제' 합의의 결정적 차이

단순폭행 혐의 피고인은 전과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절실하다. / AI 생성 이미지
단순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전과가 남을 위기에 처한 A씨. 그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불발되자 법원에 공탁금까지 내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사건을 완전히 종결시킬 수 있는 '합의'는 여전히 요원하다.
사건의 열쇠를 쥔 국선 변호사는 "바쁘다"며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사건 종결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한다.
"사과편지까지 썼는데"…피해자 향한 마지막 호소 막혔다
단순폭행 혐의로 정식재판을 받게 된 A씨는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심정이다. 처음엔 합의 의사를 보였던 피해자는 A씨가 형사조정 기일에 불참한 뒤 마음을 돌렸다.
다급해진 A씨는 피해 회복 의지를 보이고자 법원에 공탁금까지 납부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안심할 수 없다. 단순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사건이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A씨는 법원을 통해 피해자의 연락처를 받아 마지막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피고인(저가) 공탁금을 준비했고, 사과 편지도 썼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는데 합의하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봐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A씨의 말에 따르면 법원이 지정해 준 국선 변호사는 "지금 바빠서 나중에 연락주겠다"고만 하는 상황이다. 재판 날짜는 다가오는데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A씨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전과 삭제' vs '벌금 감경', 공탁과 합의의 결정적 차이
A씨가 공탁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합의에 매달리는 이유는 공탁과 합의의 법적 효력이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귀하께서 이미 법원에 형사공탁을 통해 공탁금 납부를 완료한 점은 긍정적인 방어 노력입니다. 하지만 형사공탁 제도는 피고인이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참작하여 판사가 형량을 줄여주는 양형 사유로 작용할 뿐 피해자가 직접 처벌불원의 의사를 밝히는 합의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공탁은 형량을 줄여주는 '참작 사유'에 불과하지만, 합의는 사건 자체를 없앨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단순 폭행 사안이므로 1심 판결 전에 합의만 하면 사건은 공소 기각으로 종결되고 아무런 전과도 남지 않습니다"라며 합의의 실익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희 민경남 변호사 역시 "공탁 자체만으로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참작 사유에 불과할 뿐 완전히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라며,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국선의 한계…'합의 골든타임' 사선 선임이 해법"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답답한 상황을 해결할 현실적인 방안으로 '사선 변호사 선임'을 지목했다. 국선변호인 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합의 과정에 밀착 조력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으므로 의뢰인님 사건에 전념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이 필요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선 변호사는 가해자를 대신해 법원에 피해자의 인적 사항 열람을 신청하고, 법원의 허가 아래 피해자에게 정중하게 접촉해 합의를 중재하는 역할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피해자가 현재 합의를 거부하고 있더라도, 변호인이 중간에서 적절한 가교 역할을 한다면 형사조정 결렬 이후 합의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합의가 끝내 불발되더라도 그 노력은 헛되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만약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점을 변론요지서와 의견서에 상세히 담아 제출해야 합니다. 이는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공탁금 액수 이상의 참작 사유로 작용하여 처벌 수위를 낮추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 역시 "국선변호인이 바빠 대응이 늦어지는 상황이라면, 이 시점에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