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나오지 마" 구두 통보 믿었다가 낭패… 실업급여 가르는 '한 줄'의 차이
"내년부터 나오지 마" 구두 통보 믿었다가 낭패… 실업급여 가르는 '한 줄'의 차이
말뿐인 '권고사직'은 법적 효력 입증 어려워
녹취·메신저 등 객관적 증거 확보 필수

회사의 퇴직 권유 시 구두 통보를 믿지 말고 녹취 등 증거를 확보하여 사직서에 '권고사직'임을 명시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연말연시를 앞두고 기업들의 인력 조정이 잦아지면서 퇴직 권유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회사가 "내년부터는 자리가 없다", "올해까지만 근무하라"며 사실상 사직을 종용하는 경우, 근로자가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 여부가 갈린다.
전문가들은 회사의 구두 통보만 믿고 사직서를 작성했다가는 자발적 퇴사로 분류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두 발언은 증거 안 돼"… 기록 없는 권고사직의 함정
법리적으로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사직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의 합의 퇴직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구두로만 이루어졌을 때 발생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단순히 "자리가 없다"는 식의 구두 발언은 추후 분쟁 시 권고사직의 확정적인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 사용자는 사후에 "업무상 질책이었다"거나 "직원이 오해해서 나간 것"이라고 말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심사하는 고용센터 역시 구두 진술보다는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요구한다.
따라서 근로자는 퇴직 권유를 받은 즉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녹취다. 대화 당사자인 근로자가 사용자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적법하며 법적 효력이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합437 등).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퇴직 권유 내용을 남기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때 대화 내역은 포렌식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캡처하거나 원본을 보존해야 한다.
실업급여 운명 가르는 코드 '11번'과 '23번'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상실 사유 코드가 결정적이다. 고용노동부 규정에 따르면 상실 코드 11번은 '개인 사정으로 인한 자진 퇴사'를, 23번은 '경영상 필요 및 회사 불황으로 인한 권고사직'을 의미한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실업인 23번 코드일 때만 지급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정부 지원금 중단 등을 우려해 실제로는 권고사직임에도 상실 코드를 11번(자진 퇴사)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법원은 이직확인서에 기재된 사유를 권고사직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삼는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62945). 따라서 근로자는 퇴사 처리가 완료된 후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이직확인서 처리 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만약 사실과 다르게 '자진 퇴사'로 신고되었다면 확보해 둔 증거를 바탕으로 정정 청구를 해야 한다.
사직서 작성 시 "일신상의 사유" 절대 금물
퇴사 과정에서 작성하는 사직서의 문구 하나가 수천만 원의 실업급여를 좌우하기도 한다. 관행적으로 사직서에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합니다"라고 적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자발적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어 실업급여 수급에 치명적인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사직서에 기재된 문구를 근거로 자진 퇴사를 인정한 바 있다(2021나2047197). 따라서 회사의 요구로 사직서를 작성하더라도,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권고로 사직함" 또는 "인원 감축 대상자로 선정되어 사직함"과 같이 사직의 비자발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자진 퇴사 처리하겠다" 협박엔 '거부 의사' 분명히 해야
회사가 "좋게 자진 퇴사로 처리하지 않으면 징계를 하겠다"거나 "업계에 소문을 내겠다"는 식으로 협박하여 사직서를 받아내는 사례도 있다.
판례는 사용자의 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출된 사직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본다. 부산고등법원은 강압적 분위기에서 작성된 사직서에 대해 "실질적인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2001나3122).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면 근로자는 "퇴사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사직서 제출을 거부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이를 빌미로 출근을 막거나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면, 이는 해고에 해당하므로 노동위원회를 통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2025년 실업급여 일액 상한 6만 6천 원… '입증'이 핵심
2025년 기준 실업급여 1일 상한액은 66,000원이다. 수급 기간에 따라 총 수령액이 달라지지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단순한 구두 약속이나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 모호하게 퇴사 처리를 할 경우, 이 모든 금전적 혜택을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전문가들은 "권고사직의 핵심은 '회사가 나가라고 했다'는 사실을 문서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라며 "사직서 작성 단계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