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피고소인에게 '입건' 권하는 황당한 고소... 내사종결 vs 무혐의, 당신 선택은?
경찰이 피고소인에게 '입건' 권하는 황당한 고소... 내사종결 vs 무혐의, 당신 선택은?
증거 없는 모욕죄 고소, 상대방 항의에 '폭행죄' 추가 위협... 끝나지 않는 고소 막으려면 '무혐의' 처분 받아야

악성 고소에 시달리는 피고소인에게 경찰은 '내사종결' 대신 '입건 후 무혐의' 처분을 받으라고 권유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경찰이 피고소인에게 '입건'을 권하는 기막힌 상황, 악성 고소 대응법은?
모욕죄로 고소당했지만 증거가 없어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고소인이 경찰서에서 "왜 내사종결이냐"며 난동을 부리더니, 있지도 않은 폭행죄로 추가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자 경찰은 피고소인에게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차라리 정식으로 입건된 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게 낫겠습니다." 황당하지만 현실적인 이 조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차라리 입건되시죠"... 경찰의 이례적 제안, 왜?
사건의 발단은 모욕죄 고소였다. 피고소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상대방의 주장이 거짓임을 적극 소명했고, 경찰도 증거 불충분으로 '내사종결'을 예고했다. 내사종결이란 정식 수사(입건)로 넘어갈 실익이 없어 내부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절차다.
A씨는 길고 긴 다툼이 끝났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고소인의 격렬한 항의가 모든 것을 뒤집었다. 고소인은 폭행까지 당했다는 허위 주장을 펼치며 추가 고소를 예고했다.
결국 경찰은 A씨에게 "입건 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이 향후 같은 건으로 또 고소당하지 않는 길"이라며 '셀프 입건'을 권유했다. A씨는 범죄 혐의가 없는데도 정식 사건의 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웠다. 입건되면 기소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항고(상급 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할 수 있어 더 머리 아픈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앞섰다.
변호사들 "장기적으로 무혐의가 유리"…'법적 안정성' 확보가 관건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입건 후 무혐의' 전략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민원인이 저 정도로 난리 치면 경찰은 입건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조사를 받고 불송치 결정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이 이의신청이나 항고를 하더라도 추가로 조사를 받으러 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태도로 보아 입건 후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이 빠른 사건 해결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입건 후 무혐의는 정식 수사를 거쳐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같은 사실관계로 재고소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는 향후 무고죄 고소 시에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기록' 남는 찝찝함…그래도 '무혐의' 택해야 하는 이유
'내사종결'과 '입건 후 무혐의'는 법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내사종결은 경찰의 내부 처리일 뿐이어서 고소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같은 내용으로 다시 고소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89헌마277 결정). 악성 민원인에게는 아무런 법적 제약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입건 후 검찰이 내리는 '혐의없음(불기소처분)'은 다르다. 확정판결과 같은 '일사부재리' 원칙이 직접 적용되진 않지만, 한번 검찰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린 사건을 새로운 증거 없이 다시 수사하기는 매우 어렵다.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하다.
물론 입건되면 전과는 아니지만 '수사경력자료'가 남는다는 찝찝함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끝없는 고소의 굴레에 빠지는 것보다, 한번 기록이 남더라도 명확하게 사건을 매듭짓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짓말 무더기"… 역공의 칼, '무고죄' 고소의 모든 것
상대방의 악의적인 고소에 끌려다니지만 말고, 적극적인 반격에 나설 수도 있다. 바로 '무고죄' 고소다. 무고죄는 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하는 중범죄다(형법 제156조).
법률사무소 피벗 김경수 변호사는 "오히려 이번 조사를 상대방의 거짓말과 증거들을 모두 진술해 검사가 상대방의 무고 혐의를 인지수사하도록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대방의 고소장과 진술 내용 중 어떤 부분이 명백한 허위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무고죄 입증은 까다롭다. 단순히 상대방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고소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철저한 증거 수집과 논리 구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