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 '찬술' 한마디에 경찰 소환…'마약 광고' 혐의로 인생 뒤흔들린 A씨
랜덤채팅 '찬술' 한마디에 경찰 소환…'마약 광고' 혐의로 인생 뒤흔들린 A씨
실제 투약·거래 없어도 온라인 은어 사용만으로 처벌 가능…'단순 호기심' 입증 못 하면 스마트폰 포렌식 등 강도 높은 수사 직면

랜덤채팅앱에 마약의 은어인 '찬술'을 언급한 A씨가 '마약류 광고'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장난으로 쓴 '찬술' 한마디, 왜 '마약 광고'가 되나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A씨의 스마트폰이 울린 건 며칠 전이었다. 발신자는 경찰서였다. 랜덤채팅 앱에 '술 한잔하자'는 취지로 글을 올리며 마약 은어인 '찬술'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통보였다.
마약을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A씨에게 '마약류 광고'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 당시 왜 그런 단어를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한순간의 장난으로 마약사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장난인가, 광고인가"…A씨에게 씌워진 혐의의 무게
A씨가 맞닥뜨린 혐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류 광고죄다. 이 법은 마약의 제조·매매뿐만 아니라, 금지된 행위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알리는 '광고' 행위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A씨의 장난 섞인 한마디가 '거래 의사를 암시하는 광고'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은 채팅 앱에서 필로폰을 뜻하는 '차가운 술'을 언급하며 '1g당 가격'과 '거래 방식'을 함께 게시한 남성에게 마약류 광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부산지법 2023고합549).
법원은 구체적인 판매 조건 제시를 명백한 광고 행위로 판단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경우 가격 등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채팅의 전후 맥락상 거래를 시도하려는 정황이 보인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A씨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의 메시지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스마트폰 포렌식부터 모발 검사까지…A씨가 겪게 될 압박 수사
'단순 호기심'이라는 A씨의 주장을 입증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수사기관은 그의 결백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일상 전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샅샅이 훑을 것이다.
가장 먼저 A씨의 스마트폰이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삭제된 메시지와 통화 기록, 인터넷 검색 기록까지 모두 복원해 그가 실제로 마약 구매를 시도했거나 다른 판매책과 접촉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수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의 은행 계좌를 추적해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있었는지, 통신 내역을 분석해 다른 마약 사범과 연락한 적은 없는지까지 훑게 된다.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소변 및 모발 검사 요구 역시 A씨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수사 과정 자체가 한 개인의 삶을 뒤흔드는 혹독한 경험이 되는 셈이다.
"억울함 호소보다 '일관된 진술'이 무기"
이 거대한 수사의 압박 속에서 A씨가 자신을 지킬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마약 거래 의사가 전혀 없었던 단순한 장난'이었다는 점을 첫 조사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A씨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신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확보하고, 경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부터 복기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불안한 마음에 섣불리 혐의 일부를 인정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것은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필요하다면 자발적으로 마약 검사를 받아 결백을 입증하는 것도 A씨가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이다. 온라인에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