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말 듣고 1m 운전했는데 음주단속…'함정'인가 '범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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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말 듣고 1m 운전했는데 음주단속…'함정'인가 '범죄'인가

2026. 01. 02 09:3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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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요구에 차 뺐다가 신고당한 차주…법조계 "정당행위 vs 음주운전" 팽팽한 갑론을박

대리기사의 요구에 따라 1m 운전해 차를 뺐다가 음주운전으로 신고당한 사례가 발생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m만 빼주세요" 대리기사 말에 운전대 잡았다가 '날벼락'…법원 판단은?


대리운전을 불렀을 뿐인데 음주운전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늦은 밤, 음주 후 안전한 귀가를 위해 대리기사를 호출한 A씨.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대리기사는 "차가 너무 구석에 있어 빼기 힘들다. 1m만 앞으로 빼달라"고 요구했다.


선의로 운전대를 잡고 차를 살짝 움직인 것이 화근이었다. 대리기사는 돌연 10만 원의 추가 요금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곧바로 경찰에 A씨의 친구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1m 운전도 유죄"…단호한 법의 잣대


법의 잣대는 냉정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단 1m라도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면 음주운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은 거리에 상관없이 엔진의 힘으로 차를 움직이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실제로 1m 음주운전으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며 법적 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다.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 역시 "아무리 대리기사의 요청이 있었더라도 해당 상황은 음주운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A씨 친구의 행위가 형식적으로는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리기사의 함정"…무죄 주장 가능한가


하지만 A씨 친구의 사연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대리기사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동정론이 인다. 법조계에서도 무죄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핵심은 '정당행위(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 또는 '기대가능성 없는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정황상 대리기사가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고, 극히 짧은 구간을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약점 잡아 고액을 요구한 정황이 있어 정당행위로 방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송재빈 변호사도 "대리운전기사 측의 교사(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김) 등을 주장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방어를 조언했다. 운전의 목적이 이동이 아닌 대리운전 서비스를 받기 위한 준비 행위였고, 운전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운전 의사' 없었다…엇갈리는 법원 판례


법원은 비슷한 사안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과거 한 법원은 대리기사가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가버려, 다른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옮긴 운전자에게 '긴급피난'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다른 대리기사를 부를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유죄가 인정됐다.


A씨의 경우는 대리기사가 현장에 있었고, 그의 직접적인 요구에 따랐다는 점에서 기존 판례와는 또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결국 법원이 A씨 친구의 행위를 '이동을 위한 운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대리운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작'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초동 수사가 운명 가른다"…변호사들 한목소리


이처럼 법리 다툼이 치열한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경찰 단계부터 변호사 조력 하에 수사에 임해야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리기사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통화 녹취, 대리 호출 기록, 주변 CCTV 영상 등 객관적 증거 확보가 시급하다.


김경태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거짓 없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세세한 정보들이 모여 친구분을 보호하는 방패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관에게 사건이 '악의적 신고를 동반한 금전 요구'에서 비롯됐다는 첫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재판까지 가지 않고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등으로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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