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난 동성 연인 뺏아간 유부녀 동료…법원이 내린 '이례적' 위자료 판결
7년 만난 동성 연인 뺏아간 유부녀 동료…법원이 내린 '이례적' 위자료 판결
1심 "동성혼 불인정" 뒤집은 2심 판결
법원 "동성 커플의 사실혼 유사 관계, 법적 보호 대상"
"행복추구권 보장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7년을 함께한 동성 연인이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워 관계가 파탄 났다면, 외도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이 동성 커플의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를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인정하고, 파탄 원인을 제공한 제3자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원고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동성 연인과 교제하며 경제적·정서적 공동체를 이뤄왔다. 그러나 연인이 같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B씨(피고)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하면서 두 사람의 굳건했던 관계는 끝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B씨는 법률상 남편과 미성년 자녀가 있는 유부녀였다.
B씨의 남편은 A씨의 동성 연인을 상대로 상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A씨 역시 "동성 간 사실혼 유사 동거관계를 파탄 낸 책임을 지라"며 B씨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동성 혼인 불인정⋯법적 보호 대상 아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은 보수적이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
재판부는 "현행법상 동성 간의 혼인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이들의 관계를 침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동성 커플이 동거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자발적 의사일 뿐, 법령상 강제되는 의무가 아니므로 제3자가 이에 개입했다고 해서 법적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2심의 반전 "동성 커플도 헌법상 행복추구권 가져"
하지만 항소심(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에서 결과는 180도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깨고 "피고 B씨는 원고 A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늦어도 2023년 6월부터는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했다고 판단했다.
양가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예물 반지를 교환한 점, 급여를 합쳐 생활비와 대출금 이자를 공동 지출한 점, 아파트 분양 대금을 함께 납부한 점 등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
특히 재판부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따라 동성 커플이 생활공동체를 형성할 권리와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B씨가 A씨의 연인을 유부녀라고 칭하는 등 교제 상황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저질러 공동체의 유지를 방해했으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본 것이다.
위자료 1000만원, 이성 부부 상간 소송과 맞먹는 수준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인정한 위자료 1000만 원은 실무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통상적인 이성 법률혼 부부의 상간 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역시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선에서 형성된다.
이번 판결은 법의 테두리 밖에 머물러 있던 동성 커플의 관계 파탄에 대해서도 이성 부부와 유사한 수준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사례다. 향후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 보호 논의에 중요한 법적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민사부 2025나10110 판결문 (2026. 6. 5.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