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잠적한 아빠, 21살 딸의 눈물…'밀린 양육비' 3600만원 받을 수 있을까?
10년간 잠적한 아빠, 21살 딸의 눈물…'밀린 양육비' 3600만원 받을 수 있을까?
법조계 "청구는 엄마 몫, 성년 된 후 10년 내 가능"…연락처 몰라도 소송 OK, '양육비이행관리원' 활용법은?

10년간 양육비를 미지급한 아버지에게 연락처를 몰라도 소송이 가능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라진 아빠, 10년치 양육비 3600만원…21살 딸의 눈물, 법은 응답할까
"올해 스물한 살이 된 딸입니다. 엄마는 지난 10년간 아버지에게서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반지하 방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저를 키웠습니다. 이제라도 밀린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까요?"
한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온 이 애끓는 사연은, 수많은 '나쁜 아빠·엄마' 때문에 고통받는 한부모 가정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버지는 이혼 당시 서류상 월 3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전화번호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10년 치 양육비, 약 3600만 원을 딸이 대신 받아낼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들의 답변을 종합해 그 길을 따라가 봤다.
사라진 아빠, 연락처 몰라도 괜찮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사라진 아빠'의 행방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락처를 몰라도 소송은 가능하다"고 답한다.
법무법인 여정의 정혜성 변호사는 "친부의 휴대전화 연락처를 모르더라도 자녀로서 아버지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 받아 그 주소로 (소장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 역시 "소송 과정에서 사실조회 신청 등을 통해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원 시스템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만으로 상대방의 주소를 찾아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구는 딸 아닌 '엄마'의 몫
그렇다면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득 찬 21살 딸이 직접 소송에 나설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오'다.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아이를 실제로 키운 양육 당사자에게 있다. 법원은 이를 '양육자가 비양육자에게 자신의 손해(지출한 양육비)를 배상받는 권리'로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딸이 어머니로부터 특별히 대리권을 받거나 하지 않는 이상 대리로 청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률사무소 길 길기범 변호사도 "어머니가 10년간 못 받았던 양육비 청구는 가능하나, 딸이 대리로 청구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소송의 주체, 즉 원고는 반드시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잠자던 권리 깨운 대법원…'성년 된 후 10년' 소멸시효의 비밀
가장 중요한 관문은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다. 과거에는 협의이혼인지 재판이혼인지에 따라 소멸시효가 3년 또는 10년으로 나뉘어, 10년 치 양육비를 온전히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결했다. 이는 사연의 주인공처럼 자녀가 성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미성년 시절 받지 못한 과거 양육비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태운 김태운 변호사는 "양육비에 관한 심판이나 협의가 없었다면 의뢰인이 성인이 되고 나서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 완성으로 더 이상 청구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해,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600만원, 다 받을 수 있을까?…'양육비이행관리원'을 주목하라
이론적으로 청구 가능한 금액은 월 30만 원씩 10년, 총 36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법원은 비양육자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금액을 일부 감액할 수도 있다.
복잡한 소송과 강제집행(법원의 힘을 빌려 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절차)이 막막하다면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는 채무자의 소재파악부터 강제집행까지 무료로 지원해드리고 있다"며 적극적인 활용을 권했다. 더든든 법률사무소 추은혜 변호사 역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한 무료 법률지원이 가능하다"며 "이혼 판결문 등 관련 서류를 미리 준비하시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온 어머니의 짐을 국가 기관의 도움을 받아 덜 수 있는 셈이다.
양육비 미지급은 단순한 채무 불이행이 아니라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