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카드로 거액 결제 후 잠적한 지인…'사기죄' 고소와 '민사소송' 중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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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준 카드로 거액 결제 후 잠적한 지인…'사기죄' 고소와 '민사소송' 중 해법은?

2025. 09. 12 10:5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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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민사소송 통해 법원에 증거요청이 현실적…형사고소는 압박 수단"

돈이 급하다며 A씨의 신용카드를 빌려간 친구가 수백만원을 결제한 뒤 감감 무소식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변호사비라더니…'카드깡'으로 챙기고 잠적한 지인, 제 돈 찾을 수 있나요?


"변호사 비용으로 급히 필요하다는 말만 믿고 신용카드를 빌려줬는데, 이제는 연락조차 되지 않습니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3월, 지인 B씨의 다급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했다. B씨는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써야 하는데 꼭 갚겠다"며 간곡히 부탁했고, A씨는 B씨의 약속을 믿고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넸다. B씨는 그 카드로 한 로펌에서 수백만 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변제일이 지나도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A씨의 독촉에 B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더니, 어느 순간부터 전화를 받지 않고 끝내 자취를 감췄다. 황당해진 A씨는 카드 결제가 이뤄진 로펌에 연락해 "B씨가 결제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카드 명세서만 손에 쥔 채, A씨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돈까지 떼일 위기에 처한 A씨, 과연 법적으로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을까.




연락 끊긴 지인, 돈 받을 길 막막…'민사소송'이 정공법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민사소송이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돈을 떼였다는 사실만으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고, 결제처인 로펌 역시 개인정보를 이유로 협조를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서아람 변호사는 "개인이 로펌에 직접 자료를 요청하면 개인정보보호법과 변호사법상 비밀유지 의무 때문에 거절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을 통해 '사실조회(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이 기관 등에 자료를 요청하는 절차)'를 신청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공식적인 명령이 있으면 로펌도 결제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를 통해 A씨는 B씨가 카드를 사용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주소도 모르는데 소송 가능?…'전화번호'만 있어도 OK


B씨가 잠적해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몰라도 소송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번호 등 일부 정보만으로도 법적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우진 변호사는 "소장에 피고의 휴대전화 번호 등 일부 정보만 기재해 제출하면, 법원의 '보정명령(소송 서류의 미비점을 보완하라는 법원의 지시)'을 통해 통신사에 사실조회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B씨의 인적사항을 확보하고 소송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법원 시스템을 통해 합법적으로 상대방의 정보를 찾아내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괘씸한데 '사기죄' 고소는?…'압박 카드'일 뿐


민사소송과 별개로 형사고소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B씨가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A씨를 속여 카드를 받아썼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김준환 변호사는 "단순히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계약 내용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민사 문제로 취급돼 '혐의없음(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처분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갚으려 했으나 나중에 사정이 어려워져 못 갚는 상황과, 아예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상황은 법적으로 다르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고소가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유선종 변호사는 "형사 고소는 채무자를 압박해 합의를 유도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상대방의 소재를 파악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민사소송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형사고소를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씨가 떼인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민사소송이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꼭 갚겠다"는 한마디 말을 믿었던 선의가 법정 다툼이라는 혹독한 대가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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