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4개월 만에 또 뺑소니 사망사고… 징역 10년이 8년으로 감형된 결정적 이유
출소 4개월 만에 또 뺑소니 사망사고… 징역 10년이 8년으로 감형된 결정적 이유
피해자 유족 용서 못 받았지만 '구호조치 했어도 사망 가능성' 인정
상습 무면허·도주 전력에도 감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또다시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뺑소니범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피고인은 과거에도 동종 범죄로 수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상습범이었다.
1심 법원은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피고인의 도주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새롭게 해석하며 형량을 낮췄다. 도대체 법원은 어떤 근거로 징역 8년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끊이지 않는 '도로 위 흉기', 출소 직후 반복된 비극
사건의 장본인인 A씨는 교통범죄 전력이 화려한 인물이다. 그는 이미 2019년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법의 심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2년에는 위험운전치상죄 등으로 또다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24년 5월 22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그러나 교화의 시간은 무색했다. A씨는 출소한 지 4개월여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에도 역시 면허는 없었다. 그는 과거에도 무면허 운전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운전한 차량은 의무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비극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A씨는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냈고,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다. 사고 직후 A씨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른바 '뺑소니' 사망 사고였다. 피해자의 유족은 갑작스러운 비극 앞에 망연자실했고, 피고인 A씨를 용서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A씨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해 징역 10년과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 측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즉각 항소했다.
"구호했어도 사망 막기 어려웠다"… 감형의 논리가 된 사고 직후 상황
항소심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 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 및 벌금 30만 원으로 형량을 낮췄다.
재판부가 감형을 결정한 핵심 이유는 사고 직후의 정황에 있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비교적 사고 발생 직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피고인이 도주하지 않고 현장에 머물며 구호 조치를 했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자체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피고인의 도주 행위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도주 행위 자체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사망을 가속화한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본 셈이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비록 누범 기간 중에 발생한 범행이고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지만, 이러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심의 형량은 다소 무겁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동기 등을 종합하여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권고형 범위 내에서 새로운 형을 정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징역 8년의 실형과 함께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었으며,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판결은 뺑소니 사망 사고라 하더라도 사고 후의 구호 가능성 여부와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양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출소 직후 재범을 저지른 상습 무면허 운전자에게 내려진 감형 판결이 국민의 법감정과 얼마나 부합할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제주지방법원 2025노348 판결문 (2025. 9. 4.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