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져가는 16개월 아기... 부모는 119 대신 '멍 크림'만 찾았다
숨져가는 16개월 아기... 부모는 119 대신 '멍 크림'만 찾았다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
'살인 고의' 입증할 결정적 증거와 공범 법리

고개 숙인 '16개월 영아 사망' 친모 /연합뉴스
16개월 된 아이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될 동안, 부모는 병원을 찾는 대신 휴대전화를 켰다. 그들이 검색한 것은 응급실이 아닌 '멍 빨리 없애는 법'이었다.
경기 포천시에서 발생한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친모와 계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법조계는 이들이 남긴 흔적이 명백한 '살인의 고의'를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난 훈육만 했다" vs "친자식 아니라서 때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3일, 16개월 된 C양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 신고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의 상태는 처참했다. 갈비뼈는 골절됐고, 뇌에서는 출혈이 발견됐으며, 간은 파열되어 있었다. 사인은 '외상성 쇼크'. 의료진은 즉시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했다.
경찰에 붙잡힌 친모 A씨(25)와 계부 B씨(33)의 태도는 충격적이었다. 이들은 반성 대신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현재 임신 8개월 차인 친모 A씨는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편이 효자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밀쳤다"고 진술했다. 반면 계부 B씨는 "아내가 훈육 차원에서 아이 엉덩이와 발바닥을 때렸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학대는 9월부터 석 달간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는 반려견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 1.5kg 남짓한 강아지와 놀다 생긴 상처라고 둘러대기엔, 아이 몸에 남은 멍 자국은 너무도 선명하고 참혹했다.
'멍 크림' 검색 기록, 살인 고의의 '스모킹 건' 되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결정적인 정황은 바로 디지털 포렌식 결과다. 이들은 아이가 죽어가는 동안 병원을 검색하는 대신, 학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멍 크림'을 검색했다. 지인들에게는 "강하게 혼내겠다",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이가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음을 인지했음에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망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이를 방치한 '미필적 고의'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C양이 다니던 어린이집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등원 당시 아이 몸의 멍 자국을 발견하고 사진까지 찍어 보관했으면서도, 정작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아이를 살릴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치사' 아닌 '살인'… 법원이 주목할 포인트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해 부모에게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다. 두 죄명은 형량에서 큰 차이가 난다. 치사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훨씬 무겁게 처벌된다.
1. '죽어도 어쩔 수 없다'… 미필적 고의의 입증
법원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의 고의'를 판단할 때,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폭행의 강도와 지속성, 그리고 피해 아동의 상태를 보고도 방치한 정황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16개월 영아라는 피해자의 절대적 취약성 ▲갈비뼈 골절과 장기 파열 등 심각한 상해 ▲'멍 크림' 검색으로 입증된 상해 인지 사실 ▲병원 치료 부재다.
즉, 부모는 아이가 심각하게 다친 것을 알면서도(멍 크림 검색),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방치), 학대를 지속했다. 이는 법리적으로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목이다.
2. 서로 탓해도 소용없다… '공동정범'의 법리
친모와 계부가 서로 "상대방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량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동정범은 두 사람이 함께 범죄를 실행한 경우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폭행하고 다른 한 사람이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며 기능적으로 역할을 분담한 경우에도 성립한다.
두 사람은 동거하며 아이를 함께 양육하는 보호자다. 한쪽이 아이를 효자손으로 때리고 밀치는 동안, 다른 한쪽이 이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학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면 이는 범행을 공모한 것과 다름없다. 법원은 학대를 서로 방임하고 용인한 것 자체를 범죄 실행의 기능적 지배로 판단할 것이다.
3. 침묵한 목격자, 신고 의무 위반의 책임
아이의 멍 자국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어린이집 원장 역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어린이집 원장은 신고 의무자다.
단순히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고 의무 위반으로 인해 아이가 보호받을 기회를 상실하고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행정처분(자격정지 등)과 함께 도의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은 신고 의무자의 무관심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간접적 원인이 된다는 점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