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거짓 신고도 무고죄"…경찰의 '엉터리 안내' 믿었다간 큰일
"112 거짓 신고도 무고죄"…경찰의 '엉터리 안내' 믿었다간 큰일
"고소장 써야만 무고죄"라는 현장 경찰 설명, 법조계 "명백한 법리 오류". 112 전화 한 통으로도 성립...허위 입증할 객관적 증거 확보가 관건

억울하게 폭행범으로 몰린 시민이 경찰로부터 '고소장이 없으면 무고죄가 안 된다'는 잘못된 안내를 받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억울하게 폭행범으로 몰렸는데…경찰 "고소장 없으면 무고죄 안돼", 사실일까?
억울하게 폭행범으로 몰린 것도 모자라, 상대방을 허위 신고로 고소하려다 경찰에게서 "고소장을 직접 내야 무고죄가 된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은 한 시민의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과연 112 거짓 신고만으로는 상대를 무고죄(허위 사실로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하는 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고소장 없으면 무고 안돼"…시민 두 번 울린 경찰
사건의 발단은 한 시민이 겪은 억울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가했다는 누명을 썼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작성하는 서류에 자신이 가해자로 지목되는 황당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그는 자신을 범죄자로 몬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돌아온 것은 "경찰서에 직접 와서 고소장을 작성해야 무고죄가 된다"는 경찰의 설명이었다.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다. 그는 "정보 얻기가 힘들어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다"며 온라인에 도움을 요청했다.
법조계 "명백한 오류"…전화 한 통도 처벌 대상
이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경찰의 설명은 명백한 법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무고죄는 반드시 서면으로 된 고소장을 제출해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경찰관이 법리를 전혀 모르고 한 엉터리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에도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따라서 112 신고를 통해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에도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형법 제156조는 무고죄의 성립 요건으로 '허위 사실 신고' 행위 자체를 규정할 뿐, 신고의 방식을 서면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구두든, 전화든, 서면이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허위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려 상대를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그 자체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판 뒤집을 증거 찾아라"…CCTV·목격자 확보 전쟁
다만 전문가들은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해서 처벌이 쉬운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무고죄로 상대를 처벌하려면, 상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을 신고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민앤정의 권민정 변호사는 "무고죄의 입증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고의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는 점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며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현장 사진 등의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상대방 주장에 증거가 없다'는 수준을 넘어, '상대방 주장이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 싸움이 관건인 셈이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이 부분(고소인이 고소사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했는지 여부)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법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변호사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엉터리 안내한 경찰, 책임은?…"직무유기" 비판까지
한편, 잘못된 법률 상식을 안내해 시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을 뻔한 경찰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조기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해당 경찰 수사관을 직무유기(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하는 행위)로 진정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이 잘못된 정보로 피해자의 눈을 가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례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초기 대응과 함께 정확한 법률 지식을 얻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