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라” 판결받고도…패소 집주인의 황당한 ‘보복 소송’
“빚 갚으라” 판결받고도…패소 집주인의 황당한 ‘보복 소송’
전세사기 소송 이긴 세입자에 “가압류 부당했다” 역공…변호인단 “승소 가능성 0, 명백한 소송 남용”

전세사기 소송에서 패소한 집주인이 보증금을 되찾은 세입자에게 역소송을 제기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전세사기 이겼더니 '보복 소송'…패소 집주인의 황당한 역공에 변호인단 “전형적 2차 가해”
전세사기 소송에서 패소해 보증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은 집주인이, 오히려 세입자를 상대로 역소송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힘겨운 싸움 끝에 보증금을 되찾은 세입자를 다시 법정으로 끌어들인 ‘보복성 소송’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법의 보호를 받은 피해자가 패소자의 비상식적인 소송에 또다시 고통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세사기 집주인이 패소하지 보복성 소송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세입자 A씨는 계약 종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 B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B씨가 재산을 빼돌릴 것을 우려해 그의 부동산을 임시로 묶어두는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집주인 B씨는 가압류를 풀기 위해 법원에 같은 금액의 현금을 맡기는 ‘해방공탁금’ 제도를 이용했다. 부동산 대신 현금을 담보로 잡고 자유로운 처분 권한을 되찾은 것이다.
이후 A씨는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고, 이 판결을 근거로 B씨가 맡긴 해방공탁금에서 보증금을 무사히 회수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A씨에게 B씨 이름으로 된 소장이 날아들었다. 과거 A씨가 신청했던 가압류 자체가 부당했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B씨가 역소송의 근거로 삼은 것은 ‘사정변경에 의한 가압류 취소’(민사집행법 제288조) 조항이다. 이 조항은 가압류의 이유가 사라졌을 때, 가압류를 당한 채무자가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통상 채무자가 본안 소송에서 이겨 “나는 갚을 빚이 없다”는 사실이 확정됐을 때 사용된다.
상대팀 첫 골은 무효?
하지만 이 사건은 정반대다. B씨의 주장은 마치 축구 경기에서 패배한 팀이 “상대 팀의 첫 골이 무효”라고 뒤늦게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미 본안 소송에서 A씨가 승소함으로써 가압류의 정당성은 오히려 확정판결로 더욱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패소자인 B씨가 이 조항을 원용하는 것 자체가 법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는 B씨의 소송이 승소할 가능성이 사실상 ‘0’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본안 소송에서 세입자 A씨가 이기면서, 가압류의 이유였던 ‘피보전권리(보호받아야 할 권리)’의 존재가 법원 판결로 명백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본안 소송 승소 판결은 가압류의 정당성을 법원이 공인해준 것과 같다”며 “패소한 채무자가 ‘사정변경’을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판결의 모순을 자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 역시 “승소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대방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뚜렷한 ‘소송 남용’에 해당한다”면서 “법원은 이런 악의적 소송에 대해 기각은 물론, 소송비용 부담 등 제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주인 주장 성립 어려워
절차적으로도 B씨의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의 최광희 변호사는 “가압류의 효력은 B씨가 법원에 맡긴 ‘해방공탁금’으로 이미 옮겨갔고, A씨는 이 공탁금을 통해 보증금을 모두 회수했다”며 “법적 집행까지 완료돼 실체마저 사라진 과거의 가압류를 취소해달라는 청구는 법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변호사(법률사무소 크라운)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상대로 한 이러한 ‘보복성 소송’은 피해자를 경제적, 정신적으로 지치게 하려는 전형적인 2차 가해 수법”이라며 “권리 구제가 아닌 괴롭힘이 목적인 소송에 우리 사법 시스템이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