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던 동기의 배신, 성범죄 신고에 명예훼손 역고소… "명백한 2차 가해"
"미안하다"던 동기의 배신, 성범죄 신고에 명예훼손 역고소… "명백한 2차 가해"
술 취한 동기 성폭행 혐의 남성
경찰 신고 알자 '적반하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동기 집에서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유사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에게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남성은 범행을 암시하며 사과하는 통화가 녹음되자 태도를 바꿔 "떳떳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법조계는 이를 전형적인 '2차 가해'로 규정하며 유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새벽에 깨보니 팬티 차림"…악몽이 된 동기 집
사건은 한밤중 동기의 집에서 벌어졌다. 피해 여성은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로 동기인 남성의 집에 먼저 들어가 잠이 들었다. 하지만 새벽녘, 집주인인 동기가 들어와 옆에 누워 유사강간(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행위)을 저질렀다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이다.
피해자는 아침에 일어나 당시 상황을 깨닫고 옆에 있던 다른 친구에게 벌벌 떨며 상황을 설명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동기는 팬티 차림이었고, 추궁하자 "기억 안 난다, 들어오자마자 잤다"며 억울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트라우마 미안" 녹취에 돌변…'명예훼손' 역고소 카드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증거는 통화 녹음이었다. 피해자가 확보한 녹취 파일에는 가해자가 "기억은 안 나지만 트라우마 만들어줘서 미안하다", "이제 학교에서 눈에 안 보이겠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찰 신고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180도 태도를 바꿨다.
"떳떳하다"며 학교도 평소처럼 다니기 시작했고, 심지어 피해자가 이 사실을 친한 선배에게 상담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역고소를 제기했다. 가해자의 혐의 부인과 역고소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2차 가해'가 되고 있다.
"명백한 2차 가해"…법조계 "역고소, 죄 성립 안 될 것"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명예훼손 역고소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희 변호사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상담한 것은 진실한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받기 위한 행위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으며, 스스로가 법률전문가가 아닌 성범죄 피해자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이에게 상담을 구하는 것은 피해 회복을 위한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다. 실제로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가 2차 피해를 유발하고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든다고 우려한 바 있다.
'준유사강간' 혐의, 유죄 가능성은?…변호인단 "구속수사 촉구해야"
전문가들은 가해자에게 준유사강간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준유사강간죄는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유진영 변호사는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과 함께 피해자가 같이 있던 질문자분에게 사건 직후 당시 상황을 설명한 점, 가해자가 피해자를 발로 감싸 안고 자는 사진이 있는 점, 기억이 안 나지만 미안하다는 내용의 전화 녹음 등을 잘 정리하여 고소인 의견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유 변호사는 "강제추행한 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명예훼손으로 역고소까지 했으므로 구속수사를 촉구해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가해자가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더라도, '트라우마를 줘 미안하다'는 녹취가 사건 발생 자체를 인정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어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