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경찰은 그냥 보냈는데…돌아간 뒤 “강간당할 뻔” 소리친 여성, 처벌될까?
집에 온 경찰은 그냥 보냈는데…돌아간 뒤 “강간당할 뻔” 소리친 여성, 처벌될까?
합의하 스킨십 주장했지만 강간미수 혐의로 재판행…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다투는 법정 공방 예고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CCTV와 팔 부상 등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피해자 진술에 무게를 뒀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A씨는 여성 B씨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동의하에 스킨십을 나눴다고 한다. 그러던 중 소음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A씨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B씨는 경찰관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경찰관들은 그대로 돌아갔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경찰관들이 돌아간 직후, B씨는 옷과 소지품을 챙겨 집 밖으로 나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다. 결국 A씨는 현장에서 강간미수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건 전 편의점과 엘리베이터 CCTV에 B씨가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는 등 호의적인 모습이 담긴 점 △당시 A씨는 팔 힘줄과 인대가 파열된 상태라 키 170cm의 B씨를 제압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점 △B씨에게서 별다른 상처나 저항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변호인 의견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구공판). A씨는 이제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죄가 확정될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CCTV엔 다정했는데…검찰은 왜 A씨를 재판에 넘겼나
변호사들은 검찰이 A씨의 주장보다 B씨의 진술에 더 무게를 두고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유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장예준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외부 CCTV에서 확인된 호의적인 태도가 실내에서의 성관계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관 방문 시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한 점은 피해자의 두려움으로 인한 위축 상태, 이른바 ‘얼어붙음 현상’으로 인정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짚었다. 즉, A씨가 제시한 정황만으로는 합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검찰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강간죄는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성립한다. A씨가 행위를 중단했더라도, 그 이전에 강제력을 행사해 실행에 착수했다면 강간미수죄가 될 수 있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법정에서 무죄 다투려면
변호사들은 구공판 결정이 유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려면 검찰 단계의 주장을 반복하기보다, 공소장과 수사기록 전체를 분석해 공판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객관적 증거와 진술의 모순점을 구체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경찰관이 실제로 집에 출동했음에도 피해자가 당시에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중요해 보인다”며 “112 신고내역, 출동보고서, 경찰관 진술 및 바디캠이 있다면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돌아간 직후부터 구조 요청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B씨의 진술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진술이 조사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단순히 피해자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보다, 최초 진술에는 없던 핵심 행위가 언제 처음 추가되었는지, 그 내용이 공소사실의 본질적 부분인지 등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의 팔 부상에 대해서도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의무기록을 확보하여, 피해자가 주장하는 제압 행위가 당시 신체 상태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했는지를 전문가 의견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이대로 괜찮을까?…교체 시점과 기준은
A씨처럼 기소 이후 변호사 교체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들은 구공판 결정만으로 기존 변호인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다만, 공판 단계는 수사 단계와 전혀 다른 전략이 필요하므로 변호인의 역량을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는 “변호인 교체를 고민한다면, 경력 설명만 듣고 정하지 마시고 기록을 실제로 검토한 뒤 증인신문과 증거 인부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지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을 법정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현출해야 한다”며 “특히 의뢰인의 신체적 제약 사항이 범행을 물리적으로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전문가 의견서 등을 통해 재차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새 변호사를 찾는다면, 사건 기록 전체를 토대로 검찰의 논리를 어떻게 깰 것인지, 특히 핵심 증거가 될 피해자 증인신문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첫 공판기일 전에 새로운 변호사가 기록 전체를 파악하고 방어 전략을 다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