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인 줄 알았던 국선변호인이 비웃었다" 재판 전날 해임 요구
"내 편인 줄 알았던 국선변호인이 비웃었다" 재판 전날 해임 요구
"증거 전부 부인한다" 하자 조롱…벼랑 끝 피고인의 호소, 법원 판단은?

사기 혐의 피고인이 재판 전날 국선변호인 교체를 요구했다. 피고인은 변호인의 무성의를 주장했으나, 일각에서는 재판 지연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재판 하루 전, 자신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이 무성의하고 비아냥거렸다며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 증거를 모두 부인하겠다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이를 둘러싼 변호사와의 신뢰 파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재판 지연 방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만큼, 법원의 신중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재판 당일에야 연락, 내 말에 비아냥"…무너진 신뢰
사기죄로 기소된 A씨는 경제적 사정으로 법원이 지정해 준 국선변호인과 함께 재판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기대했던 조력이 아닌 무관심과 조롱이었다. A씨는 "첫 공판기일부터 무성의한 태도였다"며 "재판 당일에나 연락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식이었다"고 토로했다.
결정적으로 A씨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부인하겠다고 하자, 변호인은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비아냥댔다고 한다. 당장 다음 날 피해자 증인신문이 열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A씨는 "오늘이라도 국선변호사 해임을 요청하고 재판을 연기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임의 해고는 불가, 법원에 변경 신청해야"…절차와 조건은?
법률 전문가들은 피고인이 원한다고 해서 국선변호인을 마음대로 해임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이 임의로 해임하는 구조가 아니라 법원이 지정하는 제도"라면서도,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된 경우에는 법원에 국선변호인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규칙 제18조에 따라 법원이 변경 신청 사유가 '상당하다'고 인정해야만 교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신청서 제출 방법에 대해 "별도의 정해진 신고양식은 없고, 사건번호·피고인 인적사항·해임 요청 사유를 기재한 국선변호인 변경 신청서 형태로 작성하여 해당 재판부에 제출하시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국선변호인 선정취소 신청서에는 감정적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관계 위주로 작성하고, 근거 자료가 있다면 첨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증거 전부 부인은 비정상적 소송"…변호인 조롱의 이면
반면 일부 변호사는 A씨의 소송 전략 자체가 변호사와의 갈등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법무법인 웨이브의 이창민 변호사는 "죄송하지만 증거 기록 전부 부동의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소송 수행이 맞습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내가 혐의를 벗거나 선처받는것이 목적이 아니라, 판사를 짜증나게 만들고 소송을 깽판놓고 싶은 것이 목적이면 전부 부동의를 합니다"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극단적 소송 전략은 사선 변호사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씨의 변호인이 보인 부정적 반응이 이러한 이례적인 소송 수행 방식에 대한 전문적 판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