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00만 원이 공인중개사 자격 박탈로, 법원 판단 뒤집은 행정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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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100만 원이 공인중개사 자격 박탈로, 법원 판단 뒤집은 행정 처분

2026. 03. 17 17:5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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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등록증 대여" vs 행정청 "자격증 대여", 한 번의 실수에 엇갈린 잣대

중개보조원에게 계약서 대리 서명을 시킨 공인중개사가 자격 박탈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단 한 번, 중개보조원에게 시킨 계약서 서명 대행이 공인중개사의 평생 자격을 박탈하는 '사형선고'로 돌아왔다. 법원이 '등록증 대여'로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사안에 대해, 행정청이 더 무거운 '자격증 대여' 혐의를 적용해 자격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부가 뒤집은 셈이 되면서, 법률적 근거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500만원/42만원 월세 계약, 한번의 실수에 날아간 자격증


사건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개업공인중개사 A씨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들어온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2만 원의 소액 임대차 계약을 집에서 직접 전산으로 작성했다. 이후 사무실에 있는 중개 보조원에게 출력과 날인을 지시했다.


평소 모든 계약을 직접 처리했지만, 이날 단 한 번의 예외가 발목을 잡았다. 이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제19조(등록증 대여) 위반으로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진짜 재앙은 그 뒤에 찾아왔다. 행정청이 법원 판결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같은 법 제7조(자격증 대여) 위반을 이유로 A씨의 공인중개사 자격 자체를 '취소'해 버린 것이다.


A씨는 "법원의 판결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제7조가 아니고, 동법 제19조 위반으로 적용되어 벌금 100만원 형을 받았는데, 왜 자격취소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엇갈린 법 해석, "행정청 재량" vs "승소 어렵다"


행정청의 입장은 단호했다. 청문 과정에서 담당 주무관은 "사법기관의 결정과 상관없이 행정기관에서 동법 제7조 위반으로 적용할수 있다"며 "성명을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하게하였으니 자격취소가 맞다"고 못 박았다.


일부 변호사들도 이러한 행정 관행을 인정하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판결과 별개로 행정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인정될 여지가 커 행정소송 승소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라는 원칙과 자격증 대여에 따른 자격취소는 재량이 없는 '기속행위(법률 요건 충족 시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라는 점이 주된 이유다.


반격의 열쇠 "자격취소 요건 자체가 성립 안 돼"


하지만 A씨 측이 반격할 카드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자격 취소 요건 자체'가 성립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자격취소는 요건 충족 시 재량 없이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 기속행위이므로, 비례원칙 위반보다는 처분사유 자체의 부존재, 즉 제7조 위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더 유효한 전략입니다"라고 핵심을 짚었다. 실제 중개 업무의 핵심을 누가 수행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단순 대리서명만으로는 제7조 위반(자격 취소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례가 있습니다"라며 승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법적 분석' 자료에 제시된 대법원 판례와도 맥을 같이한다. 해당 자료는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334 판결은 '공인중개사 자신이 그 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의 업무인 부동산거래 중개행위를 수행하고 무자격자로 하여금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이를 가리켜 등록증·자격증의 대여를 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라며, A씨가 실질적인 중개업무를 수행했음을 강조했다.


"법률 근거 없는 처분"…행정소송 승패의 향방은?


더 나아가, 행정청의 처분 자체가 법률적 근거를 벗어났다는 가장 강력한 주장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행정청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제7조 위반으로 재평가하여 더 중한 자격취소 처분을 한 것은, 처분사유의 동일성 및 법률유보 원칙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법원이 '제19조 위반'으로 결론을 내린 사안을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제7조 위반'으로 바꿔치기해 법률이 규정한 것 이상의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결국 소송의 승패는 ▲A씨가 계약서 작성 등 실질적 업무를 수행했다는 증거 확보와 ▲행정청의 처분이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처분임을 법원이 인정하는지가 좌우하게 됐다.


한편, 변호사들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격취소 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멈추는 '집행정지 신청'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의 판단마저 넘어선 행정처분에 맞선 A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자격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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