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없었다”는 아내의 랜덤채팅, 법정에선 ‘이혼 사유’ 될까?
“성관계 없었다”는 아내의 랜덤채팅, 법정에선 ‘이혼 사유’ 될까?
6개월간의 음란 대화와 1회 만남... 법조계 “명백한 부정행위, 위자료 청구 가능”. 단, 상간남 소송은 ‘이것’ 모르면 패소할 수도.

법원은 성관계 없는 랜덤채팅 만남도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보아 이혼 사유로 인정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성관계 없는 '랜덤채팅'도 이혼 사유... 법원 판단은?
아내의 PC에서 6개월간 이어진 낯선 남자와의 비밀을 발견한 남편은 망연자실했다. 성관계를 묘사하고 만남을 약속하는 대화는 혼인 관계의 근간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아내는 실제 만남은 단 한 번뿐이었고 성관계는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남편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그가 가진 증거는 몰래 본 PC 카톡 대화 내용이 전부. 과연 그는 이 증거만으로 이혼하고 상처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성관계 없어도 명백한 부정행위…법원의 판단은?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혼 사유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한일 이재희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 사유인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성관계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라며 육체적 관계가 없었더라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판례는 배우자로서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부정행위’로 폭넓게 인정한다. 고순례 변호사 역시 “외도나 상간의 경우 성관계를 해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톡 대화 내용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6개월간 이어진 음란한 대화와 실제 만남 자체가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중대한 사유라는 분석이다.
몰래 본 카톡 대화, 법정에서 증거가 될까?
남편의 유일한 증거인 PC 카톡 대화는 아내 동의 없이 본 것이라 법적 효력이 없을까. 김경태 변호사는 “증거 수집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혼 소송과 같은 민사 재판에서는 형사 재판보다 증거 채택의 문이 넓다. 법원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더라도, 혼인 파탄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증거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부정행위의 특성상 증거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상간남 소송의 최대 쟁점, '유부녀인 줄 알았나'
아내에 대한 이혼 소송과 별개로, 남편은 아내와 만난 남성에게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바로 상대 남성이 ‘아내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만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재희 변호사는 “랜덤채팅을 통해 만난 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상대방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잡아뗄 것이고 그럴 경우 승소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대 남성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함과 별개로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이혼, 그 너머의 복잡한 방정식
결국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한 이혼 소송에서는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위자료 액수, 상간남에 대한 책임 추궁,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논의될 재산분할과 자녀 양육권 문제까지, 그는 수많은 법적 허들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법률사무소 선진 황으뜸 변호사도 “성관계가 없고 단순한 만남이었다면 소액의 위자료가 인정될 것”이라고 전망해, 부정행위의 수위와 상대방의 인식 여부가 위자료 액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