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상속 요구…엄마의 선의가 '증여세 폭탄'될라
13년 만의 상속 요구…엄마의 선의가 '증여세 폭탄'될라
자녀에게 재산 주려다 세금 낼 판…'단순 공증'은 함정, 법원 조정이 해법

남편 사망 13년 후 성인이 된 자녀에게 상속분을 주려던 어머니가 '증여세' 문제에 직면했다. / AI 생성 이미지
남편 사망 후 13년 만에 성인이 된 자녀들이 상속분을 요구해왔다. 가족끼리 원만히 합의하고 재산을 나눠주려던 어머니의 계획은 '거액의 증여세'라는 암초를 만났다.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합의나 공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상속'이라는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엄마가 가진 돈, 우리 몫 주세요" 13년 만의 청구서
사연의 주인공 A씨는 1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현금 5억 6천만 원을 상속받았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자녀들을 생각해 돈을 관리하며 3년 뒤 주택을 매수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크면 당연히 나눠줄 재산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큰 아이가 갑자기 "법정지분으로 내 몫을 달라"고 요구했고, 둘째까지 가세하며 '상속회복청구'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가족 간의 소송을 피하고 싶었던 A씨는 합의를 생각했지만, "합의하면 증여세가 나올 수 있다"는 세무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단순 합의·공증이 '증여'로 둔갑하는 이유
왜 A씨가 자녀에게 재산을 주는 행위가 상속이 아닌 '증여'로 간주될 위험에 처한 걸까? 전문가들은 13년이라는 긴 시간과 법적 절차의 부재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법률사무소 다감 황준웅 변호사는 "단순히 가족끼리 합의서를 작성하고 사설 공증을 받은 뒤 자녀들에게 금전이나 주택 지분을 지급하면, 과세관청은 이를 정당한 상속재산의 반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대신 A씨가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증여'로 간주하여 자녀들에게 무거운 증여세를 부과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도하 김형준 변호사 역시 "13년이 지났으므로 자녀들의 소 제기 시 '제척기간 도과'로 각하될 가능성이 크지만, 역설적으로 이 점 때문에 단순 합의 시 증여세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소멸했는데 재산을 넘겨주니 '증여'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증만으로는 과세관청의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다.
'싸움' 아닌 '증명'…법원 조정으로 세금 리스크 피해야
그렇다면 A씨가 세금 폭탄을 피하면서 자녀들과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법원의 조정 절차'를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공식 절차를 활용해 재산 이전의 성격이 '증여'가 아닌 '상속'임을 공적으로 인정받으라는 조언이다.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는 "자녀들이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후 조정이나 화해로 종결하거나, 소 제기 전이라면 상속회복청구권을 전제로 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법원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받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평정 이시완 변호사도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 조정을 신청하여, 법정상속분에 따른 정산 내용을 조정조서로 남기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증여가 아닌 상속재산 정산임을 공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법원의 조정조서는 과세당국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