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었다"는 전 남친의 변명…'관계 지속' 사실, 법정에서 독이 될까?
"게임이었다"는 전 남친의 변명…'관계 지속' 사실, 법정에서 독이 될까?
합의 없는 가학 행위, 유죄 입증의 열쇠는? 변호사 16인 '날것' 그대로의 법리 분석

첫 성관계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가학적 폭행을 당한 여성이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첫 성관계에서 합의 없이 뺨을 맞고 목이 졸리는 등 가학적 폭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의 충격적인 사연이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전 남자친구는 "게임의 일종"이었다며 사과했고, 피해자는 관계 회복을 기대하며 만남을 이어갔으나 또다시 폭행을 당한 뒤에야 이별을 택했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법적 대응을 고민하는 피해자. 하지만 '폭행 이후에도 관계를 지속했다'는 사실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유죄 입증 가능성에 대한 변호사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건 때린 게 아냐, 게임이야" 악몽 같았던 첫날밤
모든 것은 전 남자친구 A씨와의 첫 성관계에서 시작됐다. 피해 여성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합의 없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고, 목을 조르는 등 가학적인 행위를 일삼았다.
피해자가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A씨는 팔을 다리로 눌러 꼼짝 못하게 만든 뒤 강제로 구강성교를 시도했다. 여성이 고개를 돌려 피하자 A씨는 수차례 뺨을 더 때렸고, 급기야 "손으로 맞기 싫다면 성기로 맞으라"며 자신의 성기로 얼굴을 때리는 등 끔찍한 수치심을 안겨 주었다.
관계가 끝난 후, 피해자는 "때리는 게 싫다"고 거듭 항의했고 A씨는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며칠 뒤 성관계에서 A씨는 또다시 뺨을 세차게 때리며 웃었다.
결국 피해자는 울면서 이별을 고했다. 이후 A씨는 사과를 요구하기 전까지 "이건 널 때린게 아니라 게임의 일종이다"라거나, 뺨이 괜찮아졌다는 말에 "그럼 다시 맞아야겠네"라고 말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현재 피해자는 일주일 넘게 잠을 설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사과 후 관계 지속'…독이 될까, 약이 될까?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법적 쟁점은 피해자가 폭행 이후에도 A씨와 관계를 이어갔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고소에 불리하게 작용할지를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합의된 관계'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라고 잘라 말했고,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 역시 "만약 상대 측에서 사과 이후 의뢰인분의 집에서 성관계를 가지고, 자고 간 것을 입증한다면 매우 불리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라며 조건부로 불리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간혹 무고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후 성관계가 있었다는 점은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를 즉시 단절하지 못하는 것은 성폭력 범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법원도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도 "이후의 사과와 재교제, 성관계는 가해자의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면책하지 않으므로 고소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다른 한 변호사 또한 "이후 관계를 이어갔더라도 고소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라며 "가해자가 초래한 두려움, 혼란으로 인한 행동은 내담자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라고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서 없는 싸움…'미안하다'는 녹취, 유죄 증거될까
피해자는 상해 진단서가 없어 고소를 망설이고 있지만, A씨가 '때려서 미안하다'고 인정한 카카오톡 대화와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진단서가 없더라도 이 증거들로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적용될 죄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진단서가 없어 상해죄 입증은 어려울 수 있어도 '폭행죄'는 성립 가능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진단서가 없고, 외상에 대한 증거가 없다면 상해가 아닌 폭행으로 의율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경태 변호사는 진단서가 없더라도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녹취록에서 가해자가 폭행 사실을 인정한 점,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고 계신 점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변호사들은 폭행죄를 넘어선 중범죄 적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수훈 이진규 변호사는 "폭행, 강제추행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상담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뺨을 때리는 등의 행위를 하며 강제로 구강성교를 하였다면 그 부분에 대한 유사강간 피해도 주장해보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라며 유사강간죄를 언급했다.
김일권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전 남친이 성관계 중에 폭행을 하는 등 가학적인 행동을 하였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강간등상해죄로 형사고소 하여, 실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간등상해죄 적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고소만이 능사 아냐…'전략적 접근'이 관건
변호사들은 사안이 복잡한 만큼, 섣불리 고소에 나서기보다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장우 이재성 변호사는 "처음부터 강간으로 고소를 하면, 상대방도 치밀하게 대응할 것입니다"라고 지적하며, 우선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으로 고소해 상대의 자백을 유도한 뒤 강간으로 죄명을 변경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반드시 상대방을 기소해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고소 전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따라서 우선 고소 전에 변호사를 선임하여 변호사 조력 하에 상대방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합당한 배상을 받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하며, 이를 통해 무고의 위험을 피하고 신속히 피해를 회복하는 길도 있음을 시사했다.
여러 변호사가 공통적으로 ▲'때려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녹취 등 객관적 증거 확보 ▲폭행 이후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심리 상태에 대한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준비 ▲정신과 진료 기록 등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 수집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