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서 추락한 내연녀, '문자 협박' 아내의 죄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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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서 추락한 내연녀, '문자 협박' 아내의 죄는 어디까지일까

2025. 11. 06 11:2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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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거짓말이 부른 비극... 법조계 '예측 불가능한 극단적 선택'에 무게

사실혼 남편 집에 갔다가 아내에게 발각된 내연녀가 '회사에 알리겠다'는 협박에 4층에서 탈출하려다 추락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회사에 알리겠다’ 문자 한 통, 4층서 그녀를 떨어뜨렸나


‘쿵’ 하는 굉음과 함께 한 여성이 아파트 4층에서 추락했다. 사실혼 남편의 집을 찾았다가 아내와 마주친 내연녀였다.


문밖에서는 아내의 거친 목소리가, 손안의 휴대폰에서는 ‘회사에 알리겠다’는 협박 문자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모든 비극의 단초를 제공한 남성은 자신의 아내가 과실치상죄로 처벌받을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회사에 알리겠다’…공포의 1시간, 4층서 몸 던진 그녀


사건은 한 남성의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그는 사실혼 관계의 아내가 있음에도 회사 동료인 내연녀에게 “아내와는 끝난 사이”라고 속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 아내가 현장을 덮치면서 평온은 순식간에 깨졌다.


아내는 내연녀의 메신저로 “회사에 모든 것을 알리겠다”, “네 정보를 알아보고 있다. 그 대가가 어떤 건지 보게 될 것”이라며 거세게 압박했다. 동시에 남편이 집 비밀번호를 바꾸자, 열쇠 수리공까지 불러 강제로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문밖의 소란과 빗발치는 협박 문자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 내연녀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택을 했다. 아파트 4층 베란다를 통해 배관을 타고 탈출하려다 발을 헛디뎌 아래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아내의 죄는 어디까지?…'예측 불가능한 탈출'이 쟁점


내연녀가 중상을 입고 고소를 예고하면서, 법의 심판은 아내의 '문자 협박'과 내연녀의 '추락'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인과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아내가 이런 비극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예견가능성)를 따지는 데 집중됐다. 과실치상죄(실수로 타인을 다치게 한 죄)가 성립하려면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대다수 법률 전문가는 아내의 과실치상죄 성립이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내연녀가 놀라 4층 베란다에서 배관을 타고 내려가다 다쳤다면 이는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 역시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결과를 넘어선 내연녀의 극단적인 선택이 개입됐다”고 지적했다. 아내의 협박이 도주의 계기가 됐을 순 있지만, 4층에서 배관을 타는 위험천만한 행동까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상해 책임과 별개로 “회사에 알리겠다” 등의 메시지는 협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남았다.


모든 것의 시작, 거짓말한 남편의 ‘민사 책임’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남편의 책임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남편 역시 과실치상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아내의 행동이나 내연녀의 추락을 직접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 책임과 별개로 민사상의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내연녀를 기망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혼인 관계를 속인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미다. 동시에 남편은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탄 낸 책임을 물어 아내에게도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 남성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비극은 결국 누구에게도 승리를 안겨주지 못했다. 아내는 과실치상 혐의는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협박죄 처벌을 다퉈야 하고, 남편은 형사 처벌은 피하더라도 두 여성 모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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