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의심방'에 돈 보냈는데…계좌이체 내역만으로 처벌될까?
텔레그램 '의심방'에 돈 보냈는데…계좌이체 내역만으로 처벌될까?
법조계, '다운로드 등 직접 증거 없으면 유죄 힘들어'가 중론…'아청물이라면 구입 행위만으로도 처벌 가능' 반론도 팽팽

1년 전 텔레그램에서 의심스러운 영상이 공유되는 방에 들어가 금전을 이체한 남성이 불안에 떨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실수로 들어간 텔레그램 음란물 방, 계좌이체 기록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까?
작년 초, 한 남성이 텔레그램의 의심스러운 방에 돈을 보냈다. 그는 영상을 본 직후 방을 나오고 계정까지 삭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계좌이체 내역' 하나가 그를 옥죄고 있다. 과연 이 흔적만으로 그는 범죄자가 될 수 있을까?
'계좌이체 기록'만 덩그러니…잠 못 이루는 불안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남성의 고민은 절박했다. 그는 1년 전 텔레그램에서 의심스러운 영상이 공유되는 방에 들어갔다가 금전을 이체했다.
그는 "의심될 만한 영상을 본 즉시 방을 나가고 탈퇴까지 진행했다"며 "다운로드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은 이미 중고로 팔아넘긴 상태.
그의 손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은행 서버에 기록된 '계좌이체 내역' 하나가 그를 깊은 불안에 빠뜨렸다. 디지털 증거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 돈의 흐름만으로 자신에게 '유죄'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지 그는 두려워하고 있다.
법조계 중론 "송금만으론 유죄 어렵다"…왜?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은 계좌이체 내역만으로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 때문이다. 범죄 사실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확한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을 거쳤음에도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거래 내역만으로 기소까지 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며 의뢰인을 안심시켰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에서는 구체적인 범죄사실 입증을 위해 실제 콘텐츠 확보나 거래 당시의 대화 내용 등 추가적인 증거자료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즉, 돈을 보냈다는 사실이 곧 불법 영상물을 '구매'하고 '소지'했다는 사실과 등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판례는 말한다 "'알고 샀다'는 증거 있는가"
법원의 판결 역시 이러한 법리를 뒷받침한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 관련 범죄에서 법원은 '고의성'을 엄격하게 따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청물임을 알면서' 구입·소지·시청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수원고등법원은 2024년 9월, 아청물 판매 링크 접속 권한을 구매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접속 권한을 구입할 당시 아청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나, 링크에서 아청물임을 알고 파일을 다운로드했다는 점까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돈을 보냈더라도, 그것이 '아청물'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취득하려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체 내역만 있고 영상 파일 등 직접 증거가 없는 다른 유사 사건에서도 법원은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청물'이라면…방심은 금물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경고도 나온다. 만약 해당 방이 아청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곳이었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아청법이나 성폭력처벌법에서 금전 거래를 통해 이러한 방에 참여한 행위는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금전 거래 내역은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청법은 '구입' 행위 자체를 중범죄로 다루기 때문에, 계좌이체 내역이 '구입' 시도를 입증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설령 다운로드 기록이 없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방의 성격이나 판매자와의 대화 일부가 복원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수사 시작된다면? "'골든타임'을 잡아라"
결론적으로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처벌 가능성이 낮지만, 절대적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약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면, 그 즉시가 사건의 향방을 가를 '골든타임'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초기 대응이 전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혼자서 대처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전후 정황 등을 재정리하고 내용확약서에 분명하게 남겨두어야 한다"며, 수사 전이라도 자신의 행위와 의도를 법리적으로 정리해두는 '예방적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