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능아, 정신병” 아이돌 팬 댓글에 쏟아진 악플…변호사들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저능아, 정신병” 아이돌 팬 댓글에 쏟아진 악플…변호사들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모욕죄 고소의 첫 관문 '피해자 특정성', 당신의 SNS 프로필이 열쇠…해외 서버·6개월 시효 등 현실적 장벽도

A씨가 악플러를 법정에 세우려면, 먼저 온라인상의 '익명의 나'가 현실의 'A씨'임을 증명해야 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저능아” 악플에 칼 빼든 팬, 변호사들 “고소의 첫 관문은 당신의 SNS 프로필”
좋아하는 아이돌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댓글 하나. 평범한 팬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저능아', '정신병'이라는 날카로운 비수였다.
극심한 모욕감에 법적 대응을 결심한 A씨. 하지만 변호사들은 고소의 첫 관문으로 뜻밖의 장소를 지목했다. 바로 A씨 자신의 SNS 프로필이었다.
“당신, 누구입니까?”…고소의 가장 높고 첫 번째 벽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 문을 나서는 A씨의 발걸음은 들어갈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악플러를 법정에 세우려면, 먼저 온라인상의 '익명의 나'가 현실의 'A씨'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첫 번째 관문, 바로 모욕죄 성립의 핵심인 ‘피해자 특정성’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신원을 입증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IT·명예훼손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A씨에 대한 댓글만으로 A씨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어야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진 모욕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제3자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A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실명, 얼굴 사진 등 개인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고 아이돌 사진이나 익명의 캐릭터로만 채워져 있다면, ‘저능아’라는 욕설이 A씨를 향한 것임을 법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설명에 A씨는 망연자실했다.
“저능아, 정신병”…그 말, 법정에선 얼마짜리 모욕인가
물론 A씨가 받은 댓글의 수위 자체는 처벌 가능성이 충분했다. “저능하다”, “정신병이 있으면 댓글을 달지 마라”, “머리 빈 거 티 내지 말고 구몬 숙제나 하라” 등 인격을 송두리째 짓밟는 표현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명백한 ‘모욕’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형사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저능하다', '정신병이 있다' 등의 표현은 사회통념상 모욕적 표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댓글의 특성상 ‘공연성’ 요건 역시 이미 갖춰진 셈이다.
가해자는 해외에…'그림의 떡'이 된 수사
설령 A씨가 자신의 신원을 증명해 ‘피해자 특정성’이라는 첫 산을 넘더라도, 또 다른 현실적인 장벽이 그를 기다린다. 바로 가해자를 특정하는 문제다.
법무법인 선의 김우중 변호사는 “다른 인스타그램 아이디의 경우 고소하여도 그 실명을 알아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SNS의 특성상 경찰 수사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찾지 못하면 처벌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말에 A씨의 희망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6개월의 골든타임, 그럼에도 싸우기로 했다면
그럼에도 A씨처럼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면,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증거'부터 잡으라고 조언한다. 나를 향한 모욕적인 댓글, 가해자의 계정 정보까지 모조리 스크린샷으로 남기는 것이 전투의 첫걸음이다.
또한 시간은 피해자의 편이 아니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수사가 시작되는 ‘친고죄(親告罪)’이며,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골든타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분노에 차 혼자 대응하기보다, 차갑게 확보한 증거를 들고 법률 전문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언어폭력과 싸우는 길은 이처럼 외롭고 험난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