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용서하면 합의 편의 봐줄게"…수사관의 위험한 약속
"먼저 용서하면 합의 편의 봐줄게"…수사관의 위험한 약속
쌍방폭행 후 귀 찢어졌는데…변호사들 "절대 안돼, 백기투항"

쌍방폭행 혐의를 받는 피해자에게 수사관이 일방적 용서를 종용했으나 법률 전문가들은 '백기투항'이라며 반대했다. / AI 생성 이미지
귀가 찢어져 3주 진단을 받았지만, 방어 과정에서 상대방을 때린 CCTV 장면 때문에 '쌍방폭행' 혐의에 놓인 A씨. 그는 치료비를 보전받고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담당 수사관은 "먼저 처벌불원서를 내라"며 구두 약속만으로 일방적 용서를 종용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수사관의 말만 믿고 서류를 내는 순간, 치료비 협상력을 모두 잃는 '백기투항'과 같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먼저 용서하면, 상대방 설득해줄게"…수사관의 위험한 약속
폭행 시비 끝에 귀 부위에 3주 진단의 상해를 입고 봉합 수술까지 앞두게 된 A씨. 하지만 사건은 간단치 않았다. 현장 CCTV 확인 결과, A씨 역시 방어 과정에서 상대방을 타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쌍방 상해' 또는 '쌍방 폭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A씨의 목표는 단 하나, 전과 기록 없이 귀 상처 치료에 드는 실제 비용만 보전받고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은 A씨의 발목을 잡았다. 수사관은 자신의 수사 기한을 내세우며 합의를 기다려 주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특히 그는 "본인이 먼저 고소취하서(처벌불원서)를 내면, 나중에 상대방 의사를 물어보고 상대가 취하하지 않으면 본인 서류도 첨부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솔깃하지만 아무런 법적 보장이 없는 제안을 내놓았다. 치료비 보상 요구를 부정적으로 보며 CCTV 기록을 언급하는 등 A씨를 위축시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변호사들 "처벌불원서 선제출은 '백기투항'…절대 불가"
A씨의 고민에 법률 전문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절대 불가'를 외쳤다. 일단 제출하면 법적으로 철회가 불가능한 처벌불원서의 특성 때문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수사관의 구두 약속만 믿고 처벌불원서를 단독으로 먼저 제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하여, 상대방이 합의를 거부할 경우 본인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 역시 "A씨가 먼저 처벌불원의사를 제출하면, 상대방은 합의 없이도 처벌을 면할 수 있어 치료비 협상력이 완전히 무너진다"며 수사관의 제안에 대해 "법적으로 A씨를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잘라 말했다.
즉, A씨가 선의로 '용서'의 의사를 먼저 서면으로 내는 순간, 상대방은 A씨의 치료비를 물어줄 아무런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전과 없이 치료비 보전"…현실적 해법은 '동시 교환'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동시 교환'과 '단계적 접근'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는 수사관에게 "상대방과 합의 조건 및 동시 교환 방식을 협의하여 법적으로 안전하게 절차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라고 조언했다.
경찰 단계에서 합의가 안 돼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검찰 송치 이후에도 합의할 수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검찰 단계의 '형사조정' 절차를 활용하면 중립적인 조정위원의 중재 하에 더 원만하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씨는 자신의 3주 진단이라는 객관적 피해 사실을 근거로 치료비 실비 지급을 요구하면서, 상대방과는 처벌불원서를 '동시에 교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