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에 끓는 물 붓고 강간까지... 징역 8년이 5년으로 감형된 '결정적 이유'
정수리에 끓는 물 붓고 강간까지... 징역 8년이 5년으로 감형된 '결정적 이유'
서울고법, 망상에 의한 범행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의 합의 및 자수 참작해 감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인과 술을 마시다 망상에 빠져 뜨거운 물을 붓고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합의와 범행 직후 자수한 점 등을 들어 형량을 징역 5년으로 대폭 낮췄다.
끓는 물 붓고 강간... 비극이 된 '술자리 망상'
사건은 함께 술을 마시던 평범한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피고인 A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망상 또는 오인에 빠졌고, 피해자에게 공포심과 수치심을 줄 목적으로 커피포트 안에 있던 뜨거운 물을 피해자의 정수리에 그대로 들이부었다.
A씨의 잔혹한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를 침대로 끌고 가 강간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는 이마, 목, 두피에 2도 화상을 입었으며, 흉터 치료에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등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
"정신질환 앓았지만..." 법원, '심신미약'은 부정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정신건강 상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상당 기간 불안장애,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으며, 알코올 의존증 등으로 인해 직장을 퇴직한 전력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11-1형사부(2025노1958)는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사건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재취직해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었고, 피해자와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등 정상적인 소통이 가능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수사기관에서 범행 전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한 점 역시 판단 능력이 미약한 상태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했다.
감형 이끈 결정적 열쇠, '자수'와 '처벌불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형량을 낮췄다. 감형의 결정적인 배경에는 A씨의 범행 후 대처와 피해자와의 합의가 있었다.
A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119에 전화해 피해자의 치료를 위한 조치를 취했으며, 곧바로 수사기관에 자수했다. 무엇보다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고, 피해자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고 상해 정도가 무겁지만, 동종 전력이 없는 점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하며 징역 5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의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