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기 18cm" 한마디의 대가, 성범죄자 낙인?
"내 거기 18cm" 한마디의 대가, 성범죄자 낙인?
"여자인 줄 알았는데 고소인은 남자" 함정 고소 논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성적 대화를 나눈 남성이 통매음 혐의로 피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가벼운 채팅이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라는 무거운 범죄 혐의로 돌아왔다.
“내 거기 18 굵다” 등 성적 발언을 한 남성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대화 상대가 여성을 가장한 남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조계에서는 ‘성적 목적’에 대한 입증과 ‘고소 경위’를 둘러싼 치열한 법리 다툼이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심심한데 톡 할 사람"…덫이 된 오픈채팅방
사건의 시작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비밀 게시판이었다. 한 이용자가 올린 "심심한데 톡할 사람"이라는 글과 오픈채팅 링크를 본 A씨는 이성 간의 만남을 기대하며 채팅에 참여했다.
A씨는 대화 초반 "ㅅㅅ"라고 말을 건네고, "원나잇은 해봤냐", "방 잡자, 텔 잡자" 등 만남을 전제로 한 대화를 이어갔다. 중간에 상대방이 "'ㅅㅅ'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A씨는 "섹스"라고 답한 뒤 곧바로 "농담이고 아무 의미 없는 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화가 외모 이야기로 흐르자 A씨는 "나 거기 18 굵다"라고 말했고, 상대가 "거기가 뭔데?"라고 되묻자 "고추 ㅜ"라고 답했다.
이후 상대방이 만남을 거절하자 A씨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 가지 않고 채팅방을 나왔다. 그러나 이 대화는 결국 통신매체 이용음란 혐의의 증거가 되어 A씨를 경찰서로 이끌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표현이 경솔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고소인이 남성, 그래도 처벌되나?…'성적 목적'이 관건
A씨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 것은 고소인의 정체였다. 여성으로만 알았던 대화 상대가 사실은 남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고소인이 남성이라는 사실만으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는 행위자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을 가졌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상대방이 남성이라도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이 드는 발언을 했다면 통신매체 이용음란이 성립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유한) 안팍의 최윤호 변호사 역시 "비록 상대방이 남성이었거나 낚시성 유도 정황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판례는 '상대방이 실제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보다 '행위자의 성적 목적과 표현의 수위'를 중요하게 보므로 혐의를 완전히 벗기는 쉽지 않은 사안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즉, A씨가 상대방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성적인 메시지를 보냈다면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대방이 성별을 속이고 대화를 유도한 정황은 A씨에게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는 "상대방이 성별을 속이고 대화를 의도적으로 유도한 정황은 성적 목적성을 조각하거나 기소유예 등 선처를 구하는 데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정준현 변호사도 "고소인이 남성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통신매체 이용음란죄의 방어 논리로 적극 활용하시길 권합니다"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기소유예 가능" vs "벌금도 성범죄자"…엇갈린 법조계 전망
A씨의 최종 처벌 수위를 두고 법조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기소유예(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법무법인 초원 윤세진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이런 유형은 초범, 대화 단발성, 직접적인 노골적 성적 요구의 지속성 낮음 이면 기소유예 또는 교육조건부 처분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구현 맹조영 변호사 또한 "질문자님의 경우 '고추', '18 굵다' 등 성기를 직접 언급한 부분은 수사기관에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비밀게시판에서 먼저 대화를 열었고, 만남·연애 맥락의 대화가 상호적으로 이어졌으며,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밝힌 뒤 대화를 즉시 종료한 점은 성적 목적성과 일방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라며 유리한 정황과 불리한 정황을 동시에 짚었다.
반면,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분명했다. 최윤호 변호사는 A씨가 이미 조사를 받고 일부 혐의를 인정한 상황을 지적하며 "현재 경찰 조사를 이미 받으셨고 일부 인정을 하신 상황이라면, 남은 절차에서 전문적인 법률 조력 없이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예상보다 무거운 형사 처벌이나 성범죄 전과로 인한 취업 제한 등 불이익에 처할 위험이 큽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청목 김정호 변호사 역시 "기소될 경우 소액의 벌금형이 예상되지만,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성범죄자 신상정보등록 대상자가 되므로 무혐의 내지는 기소유예로 방어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며 사건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결국 A씨의 사건은 대화의 전체 맥락을 통해 성적 목적이 없었음을 증명하고, 상대방의 '함정 고소' 정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주장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