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잘못 타서 짜증 나"…정신과 치료 마치고 나오다, 행인 얼굴에 면도칼 휘두른 30대
"버스 잘못 타서 짜증 나"…정신과 치료 마치고 나오다, 행인 얼굴에 면도칼 휘두른 30대
법원은 구속영장 기각
영장 기각 직후 응급입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버스를 잘못 탔다는 짜증과 누군가 자신을 해칠 것 같다는 망상이 겹쳐, 길을 걷던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의 얼굴에 면도칼을 휘두른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5시 15분경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에서 20대 여성 B씨의 얼굴을 눈썹 면도칼로 그어 크게 다치게 한 30대 여성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다.
범행 직전 정신과 치료를 받고 귀가하던 A씨는 "버스를 잘못 타서 짜증이 났고, 누군가 내게 위해를 가할 것 같았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사건 발생 4시간 30여 분 만에 긴급체포된 A씨에 대해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의 영장 기각, 경찰의 응급입원 카드⋯정당한 조치일까
법원은 "피의자가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는 이유로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자칫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가 그대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상황. 이에 경찰은 A씨를 즉각 '응급입원' 조치했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이는 합법적이고 적절한 대처였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제50조 제1항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크고 상황이 급박할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3일 이내로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시킬 수 있다.
A씨는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범행 당일에도 "누군가 해칠 것 같다"는 피해망상적 사고를 보였다. 무엇보다 불특정 타인의 얼굴에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성과 급박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이처럼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완벽히 갖춘 응급입원은 영장 기각 후 형사절차를 우회하는 꼼수나 위법한 체포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한 적법하고 당위성 있는 보호 조치로 평가한다.
경찰이 응급입원에 이어 정식 절차인 '행정입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법적 절차에 정확히 부합한다.

심신미약과 합의 여부가 형량 가른다
그렇다면 A씨는 앞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A씨가 범행에 사용한 눈썹 면도칼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반 상해가 아닌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되며, 이 경우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A씨의 처벌 수위를 가를 핵심 변수는 '심신미약' 인정 여부다.
A씨에게는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는 유리한 정상이 있다. 만약 정신감정을 통해 오랜 정신과 치료 이력과 범행 당시의 피해망상이 심신미약으로 인정된다면, 형법 제10조에 따라 형이 감경되어 집행유예나 단기 실형, 혹은 치료감호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불리한 정상도 만만치 않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20대 여성 피해자의 얼굴 턱밑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을 수 있는 중대한 상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단순히 정신적 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으며, 범행 당시의 통제 능력을 엄격하게 따진다.
결국, 심신미약이 온전히 인정되지 않고 피해자와의 합의마저 불발된다면, 초범이라 할지라도 특수상해의 법정 하한선인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묻지마 범죄'라는 악의적 동기와 피해자의 영구적 흉터 등 중대한 가중 요소가 반영되면,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2~3년 이상의 엄벌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