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재물손괴'만 검찰 송치…교제 내내 이어진 통제·협박, 합의금에 반영될까?
'폭행·재물손괴'만 검찰 송치…교제 내내 이어진 통제·협박, 합의금에 반영될까?
휴대전화 파손에 스토킹 위협까지…형사조정 앞둔 피해자, 변호사들 “반복된 가해 정황이 핵심”

연인에게 폭행과 통제, 협박 등을 당한 피해자가 형사조정을 앞두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연인 B씨로부터 오랜 기간 통제와 폭언에 시달려 온 A씨. 최근 A씨는 B씨를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A씨의 불안은 여전하다. 검찰에 송치된 죄명은 폭행과 재물손괴 두 가지뿐. 교제 기간 내내 이어진 의심과 집착, “불법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 등 실제 A씨가 겪은 고통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형사조정을 앞둔 A씨는 B씨로부터 제대로 된 배상을 받고, 사적인 사진이 유포될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송치 죄명은 둘 뿐인데…과거의 통제·협박도 보상받을 수 있나
A씨는 교제 기간에 B씨의 집착과 통제에 시달렸다. B씨는 A씨의 휴대전화와 PC, SNS 등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과거 자료의 삭제를 요구했다. “가만 안 둘 거다”라는 위협과 함께 “자녀와 회사에 사생활을 알리겠다”는 식의 압박도 이어졌다.
물리적 피해도 상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B씨가 던진 휴대전화가 파손됐고, 집 안의 마루와 벽지, 붙박이장까지 훼손됐다. 관계를 정리하던 올해 7월 초에는 몸싸움 과정에서 와인잔이 깨지기도 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B씨를 신고했고, 법원으로부터 스토킹 관련 접근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하지만 현재 검찰 단계에서 B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행과 재물손괴뿐이다.
변호사들은 비록 송치된 죄명은 제한적이지만, 교제 기간 내내 반복된 가해 행위가 형사조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폭행과 재물손괴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교제 기간 동안의 집착과 통제, 위협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는 점은 상대방의 책임을 무겁게 평가하도록 하는 강력한 정황이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반복성과 증거가 조정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근거가 된다는 분석이다.
법적으로도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이 때문에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절실하므로, 피해자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합의금, 영수증 있는 손해에 ‘정신적 피해’ 더해야
변호사들은 현실적인 합의금을 산정하기 위해 손해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는 합의금 산정 구조를 3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① 영수증으로 증빙이 가능한 실손해(휴대전화 교체비, 치료비, 주거 복구비 등)를 확정하고 ② 객관적 입증이 필요한 업무상 손해나 데이터 손실을 더한 뒤 ③ 반복된 위협과 통제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가산하는 방식이다.
법무법인태림 대구분사무소 주세형 변호사는 “업무상 손해와 데이터 손실은 실제 금액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입증 가능한 재산상 손해액을 먼저 정확하게 계산한 뒤 위자료를 더해서 시작금액과 최저 수용금액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A씨의 경우 여행 인플루언서로서 활동하며 잃어버린 블로그 사진 자료 등의 손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 있다.
돈보다 중요한 ‘사진 삭제’ 조항…“위반 시 위약벌”까지 넣어야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B씨가 가지고 있을지 모를 사적인 사진과 영상이다. 변호사들은 합의금 액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디지털 기록’에 대한 처리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사적 영상과 사진의 보관·이용 금지와 삭제를 조정조서에 어떤 문구로 남기느냐는 이 사건에서 금액보다 중요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삭제 확인 방법과 위반 시 효과까지 함께 설계되지 않은 문구는 나중에 관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사적 영상·사진·계정자료의 보관, 복제, 전송, 게시, 제3자 제공, 언급을 금지하고 보유 자료의 완전 삭제와 삭제 완료 확인 의무를 넣는 것이 좋다”며 “위반 시 별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도 명확히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위반 시 위약벌(벌칙으로 내는 돈)로 OOO원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포함하면, 향후 약속을 어겼을 때 별도의 손해를 입증하지 않고도 약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조정 결렬되면 끝?…추가 고소·민사소송 가능
만약 형사조정이 결렬된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은 다시 검사에게 돌아가 통상적인 형사 절차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오지영 변호사는 “조정이 결렬될 경우, 확보된 증거의 반복성과 객관성을 고려하면 사건은 정식 절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A씨는 현재 송치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추가 고소를 진행할 수도 있다. “가만 안 두겠다”는 등의 발언은 협박죄,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온 행위는 주거침입죄, 반복적인 연락과 접근은 스토킹 범죄로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