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레이크 밟은 것도 아닌데…버스 안에서 부딪힌 사람이 날 고소했다
내가 브레이크 밟은 것도 아닌데…버스 안에서 부딪힌 사람이 날 고소했다
'고의성' 없어 상해죄 성립 어려워
때에 따라 과실치상죄 성립은 가능하지만
상처 경미하다면 처벌되지 않을 것

며칠 전 버스 안에서 급정거로 엉덩방아를 찧은 사람이 나를 상해죄로 고소했다. /셔터스톡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급정거했다. 통로 쪽에 서 있던 A씨는 다른 승객과 부딪히고 말았다. 절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A씨와 부딪힌 승객은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 상대방이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았다. A씨는 사과한 뒤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며칠 뒤 뜻밖의 연락이 왔다. 버스에서 넘어진 상대방이 A씨를 상해죄로 고소했다는 것.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버스의 급정거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정말 자신이 처벌받을 수도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변호사들은 "A씨가 상해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상해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을 다치게 하려고 했다'는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A씨는 단순 실수로 다치게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누군가를 형사처벌 하기 위해선 그 행위자에게 '범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상해죄 성립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변호사 박재천 법률사무소'의 박재천 변호사 역시 "사안을 아무리 살펴봐도 상해의 고의가 인정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다만 변호사들은 때에 따라 형법상 '과실치상죄(제266조)'가 성립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과실치상죄는 말 그대로 고의가 아닌 '과실(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책임을 묻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때 역시 상대방이 다친 정도가 경미하다면, 과실치상죄로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우리 대법원도 약 1주 정도의 치료가 필요한 멍이 든 정도엔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팔 부분에 동전 크기만 한 멍을 들게 한 경우 그 정도의 상처는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기에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민사적인 부분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때 A씨는 상대방이 청구한 손해배상을 모두 혼자 책임져야 할까.
이에 대해 김준성 변호사는 "버스 기사가 난폭운전이나 신호 위반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 버스 기사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박재천 변호사는 "버스 기사에게 급정거와 같은 운전상 과실이 있다면, 부진정연대책임(연대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연히 발생한 책임)으로 A씨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