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가 결혼자금 보태 주더니, 태도를 돌변해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
20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가 결혼자금 보태 주더니, 태도를 돌변해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
지급명령에 이의신청해 다투어야…서면 표시 없어도 이미 이행한 증여는 해제할 수 없어
법원이 ‘조정’에 붙여 원만한 해결 권유할 가능성 커

결혼자금에 보태라고 돈을 준 아버지가 얼마 후 돈을 돌려 달라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돈을 돌려주어야 하나?/ 셔터스톡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A(32·남)씨가 지난해 초 결혼을 했다. 그의 결혼을 앞두고 20여 년 만에 연락한 아버지는 결혼자금에 보태라며 현금 8,000만 원을 도와주었다. A씨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동안 양육비 한 푼 주지 않았던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태도가 돌변했다. 당장 본인 살기가 힘들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어머니와 다시 결합할 것을 기대하고 아들 결혼에 돈을 대주었다가, 이 일이 무산되자 돈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었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2,000만 원을 마련해 아버지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머지 6,000만 원도 돌려 달라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하면 승소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증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급명령에 이의신청해, 재판으로 다투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서윤 황보민 변호사는 “A씨는 아버지가 자식 결혼에 도움을 주기 위해 8,000만 원을 증여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며 “따라서 먼저 아버지가 내민 지급명령서에 이의신청하고, 사건을 소송으로 넘겨야 한다”며 고 조언했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도 “아버지가 먼저 연락해 A씨의 결혼자금에 보태겠다고 하면서 돈을 주었기 때문에, 증여에 해당한다”며 “법원의 지급명령문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아버지에게 돈을 반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아버지가 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증여의 해제(철회)’인데, 이에 합당한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법무법인 이로 장원석 변호사는 “아버지가 6,000만 원을 반환 청구하는 이유가 ‘착오 취소’인 경우,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므로 착오 취소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는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또 “아버지가 서면 표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증여의 해제를 주장할 여지가 있지만, 이미 이행을 한 부분이 있다면 이 역시 해제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 민법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지만,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555조 및 558조)
그러나 A씨가 아버지에게 2,000만 원을 돌려준 것은 A씨의 증여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
법무법인 에스알 고순례 변호사는 “A씨가 처음부터 증여주장을 해서 2,000만 원도 돌려주지 않았어야 한다”며 “이 돈을 돌려준 것이 증여주장과 배치될 수 있어 보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고 변호사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봤을 때, 이 사건은 판사가 조정에 붙여 두 사람이 원만히 해결할 것을 권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청구한 돈이 과연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인지가 쟁점이 되고, 두 사람이 부자지간이라는 점, 여기에다 과거 양육비 미지급 문제까지 불거지면 아마도 법원에서는 조정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고 변호사는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과거 양육비를 청구해서 아버지의 지급명령에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며 “그렇게 해서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받을 과거 양육비와 아버지가 아들에게 중 결혼자금을 상계 처리하는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