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잡겠다며 안방 대화 엿들은 아랫집, 처벌될까
층간소음 잡겠다며 안방 대화 엿들은 아랫집, 처벌될까
변호사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가능성 커…벌금형 없는 중범죄”

층간소음 증거 수집을 명목으로 아랫집이 윗집의 사적 대화를 불법 도청하고 그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 AI 생성 이미지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던 A씨는 어느 날 아랫집으로부터 섬뜩한 내용증명을 받았다. 자신의 안방에서 나눈 사적인 대화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증거를 잡겠다는 명분으로 이뤄진 불법 도청, 처벌할 방법은 없을까?
'토씨 하나 안 틀리고'…층간소음 분쟁이 도청으로
A씨와 아랫집의 갈등은 층간소음에서 시작됐다. 아랫집은 A씨를 층간소음 유발자로 지목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이에 A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며 분쟁이 깊어졌다.
문제는 아랫집의 다음 대응이었다. 아랫집은 '층간소음 피해 입증'을 명목으로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A씨의 안방과 문밖에서 나눈 사적인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 심지어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 A씨에게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A씨는 “실제 대화가 맞다”며 “이로 인해 공포심과 불안감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변호사들 “명백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정당화 안 돼”
변호사들은 층간소음 입증을 목적으로 했더라도, 타인의 사적인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단순 층간소음 증거수집 범위를 넘어 사생활 감시로 평가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질문자님 주거 내부 대화가 식별될 정도로 녹음되었다면, 피해 주장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 역시 “층간소음 입증을 명목으로 내세우더라도, 본인 주거지 내에서 타인 간의 사적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발췌하여 내용증명으로 보낸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타인 간 대화를 무단으로 녹음하는 것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로, 벌금형 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랫집이 보낸 내용증명이 '결정적 증거'…형사 고소해야
변호사들은 아랫집이 스스로 범죄 사실을 자백한 내용증명 자체가 사건 해결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라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상대방이 스스로 불법 녹음 사실을 자백한 내용증명 자체가 가장 강력한 스모킹 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보전이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A씨가 받은 내용증명 원본과 봉투, 대자보 사진 등 관련 자료를 모두 훼손하지 말고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아랫집이 스스로 도청 사실을 시인하고 사생활 대화 내용을 적어 보낸 내용증명 원본을 증거로 삼아 관할 경찰서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접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사 고소 외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법무법인 베테랑 유환선 변호사는 “형사고소 외에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손해배상청구도 검토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