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알려줬는데"…경찰의 아이폰 페이스ID 요구, 거부할 권리 있다
"비밀번호 알려줬는데"…경찰의 아이폰 페이스ID 요구, 거부할 권리 있다
최신 아이폰 보안 강화에 수사기관 '생체정보' 요구…법조계 "자기부죄금지원칙 따라 거부 가능, 다만 신중한 판단 필요"

경찰의 스마트폰 페이스ID 요구는 헌법상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수사 비협조로 비춰져 구속영장 청구나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얼굴이 압수수색 대상? 경찰의 페이스ID 요구, 헌법이 보장한 '거부할 권리'와 '수사 비협조'라는 주홍글씨 사이의 딜레마
"분명히 비밀번호를 알려줬는데, 왜 얼굴까지 달라는 겁니까?" 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A씨는 변호사에게 다급히 물었다.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아이폰 비밀번호를 순순히 알려줬지만, 며칠 뒤 경찰로부터 "페이스ID(얼굴 인식) 잠금 해제에 협조해달라"는 추가 요구를 받은 것이다.
내 얼굴이 압수수색의 '열쇠'가 된 이 황당한 순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포렌식 안 뚫려요"…경찰이 당신의 얼굴을 원하는 이유
경찰이 비밀번호를 알고도 페이스ID를 추가로 요구하는 이유는 최신 스마트폰의 강력한 보안 시스템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최신 아이폰 버전에서는 보안 강화로 인해 비밀번호 입력 후에도 특정한 보안 영역에 접근하려면 페이스 아이디 인증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비밀번호만으로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워지자, 수사기관이 잠금 해제를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생체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거부할 권리'…내 얼굴은 나의 것
결론부터 말하면, 페이스ID 제공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헌법상 보장된 '자기부죄 금지 원칙(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을 근거로 페이스ID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페이스아이디는 생체정보로서 개인의 민감정보에 해당하며, 이를 강제로 요구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서아람 변호사 역시 "페이스 아이디 제공에 응해야 할 법률적 의무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스스로를 범죄 혐의의 증거 수집에 동원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다.
거절의 대가?…수사 비협조라는 '주홍글씨'
하지만 '거부할 권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권리 행사에 따르는 현실적인 불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서아람 변호사는 "이를 거부할 경우 향후 수사기관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어, 거부하는 게 나을지 어떨지 면밀히 따져본 다음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줄 경우, 향후 구속영장 청구나 양형 결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혼자 지켜보지 마라"…변호사가 필요한 순간
이처럼 페이스ID 제공 요구는 단순한 협조 요청을 넘어, 피의자의 기본권과 수사기관의 필요성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법적 쟁점이다. 특히 포렌식 과정에서 본래 혐의와 무관한 별건의 범죄(여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 간부 출신인 캡틴법률사무소의 박상호 변호사는 "변호인과 함께 선별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여죄가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의 포렌식 과정을 피의자 혼자서 지켜보는 것은 위험하며, 법률 전문가와 함께 증거 선별 과정에 참여해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공이냐 거부냐'…선택 전 변호사와 '필수' 상담
결국 경찰의 페이스ID 요구에 응할지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면 섣부른 결정은 금물이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혐의 내용,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의 민감성, 수사 협조 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거부 시 감수해야 할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수사기법을 낳고, 이는 또 다른 법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복잡한 법률 문제 앞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