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누수에 아이까지 병원 신세…시공사 상대,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나
새 아파트 누수에 아이까지 병원 신세…시공사 상대,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나
아파트 외벽 균열로 2달간 드레스룸 쑥대밭
2세 아이까지 급성 편도선염으로 입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새 아파트 외벽 균열로 드레스룸에 물이 새 옷과 가전제품을 버리고 2세 아이까지 병원 신세를 졌다면, 입주민은 시공사로부터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물품 피해는 가능하지만, 질병 피해는 의학적 인과관계라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드레스룸에 닥친 날벼락…곰팡이에 병든 아이까지
입주 2년도 안 된 새 아파트. A씨는 이미 시공사의 하자보수 미이행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와중에 또 다른 날벼락을 맞았다. 지난 8월, 드레스룸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사무소와 윗집이 확인한 결과, 원인은 아파트 외벽의 균열(크랙)이었다.
책임은 마땅히 시공사에 있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탓에 수리는 더뎠다. 결국 관리사무소가 나서 외벽을 수리하고 도배와 시스템장을 새로 하는 데 2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A씨는 물에 젖고 곰팡이가 슨 옷가지와 소형 안마기를 폐기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두 달간 드레스룸을 사용하지 못한 불편과 2살배기 아이가 급성 편도선염으로 입원까지 한 일이었다. A씨는 이 모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에 변호사들의 문을 두드렸다.
"어디까지 보상되나요?"…수리비 외 손해, 인정 범위는
A씨가 보상받고 싶어 하는 피해는 크게 네 가지다. ▲곰팡이로 폐기한 옷과 안마기 등 물품 피해 ▲옷을 따로 보관하기 위해 구매한 수납용품 비용 ▲두 달간 드레스룸을 사용 못한 정신적·물리적 불편 ▲누수로 인한 곰팡이 때문에 아이가 병들었다고 생각되는 병원비와 치료비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누수 복구 비용을 넘어, 이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한 2차 피해에 대해 법원은 어디까지 시공사의 책임을 인정할까. 변호사들은 각 항목에 따라 인정 가능성이 크게 엇갈린다고 분석했다.
변호사들 "영수증·사진은 기본, 의학적 소견이 승패 가른다"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입증 책임이다. 손해를 주장하는 A씨가 모든 피해를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피해 물품 사진, 구입 영수증, 의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 관련 증거자료를 철저히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에 젖어 버린 옷가지나 안마기 같은 직접적인 물품 손해는 배상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법률사무소 예준의 신선우 변호사는 "폐기한 물품의 품목과 가액을 사진, 구매 내역 등으로 입증하면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이의 질병 피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누수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 입증이 핵심 쟁점이자 가장 넘기 힘든 허들"이라고 지적했다. 2세 아동의 급성 편도선염이 누수로 인한 곰팡이와 직접 연결되었음을 의학적 소견으로 증명해야 치료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누수 이후 아이가 아팠다'는 정황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 역시 "질병 피해는 누수와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며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법원의 잣대, '통상손해'와 '특별손해'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손해를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로 나누어 판단한다. 민법 제393조는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시공사)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강대현 변호사는 "A씨의 사례에서 망가진 옷과 수리비는 '통상손해'에 해당하지만 아이의 질병은 '특별손해'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즉, 시공사가 '외벽에 균열이 생기면 누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생긴 곰팡이 때문에 아이가 편도선염에 걸릴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까지 A씨가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판례 역시 재산적 손해 외의 배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법원은 누수로 인한 복구비용은 인정하면서도,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위자료 청구는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18나1117 판결).
두 달간 드레스룸을 사용 못한 불편함 자체를 금전으로 보상받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옷 보관함 등을 샀다면 해당 영수증을 근거로 실비 청구는 시도해볼 수 있다.
소송 중인데…어떻게 싸워야 하나?
결론적으로 A씨는 시공사를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법무법인 태강의 조은 변호사는 "보험사가 생활 불편이나 질병 피해까지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어 결국 소송을 통해 배상 범위를 다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현재 진행 중인 하자보수 소송에 이번 누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병합)하거나,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어떤 방법을 택하든 승패는 증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망가진 물품 목록과 가격, 대체 용품 구매 영수증, 그리고 무엇보다 '누수와 곰팡이가 아이의 질병을 유발했다'는 내용이 명시된 의사 소견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