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가져간 가방, 돌려줬으니 괜찮다?…변호사들 “가져간 순간 절도죄 완성”
술김에 가져간 가방, 돌려줬으니 괜찮다?…변호사들 “가져간 순간 절도죄 완성”
만취 상태에서 타인의 가방을 가져갔다가 다른 곳에 둔 행위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 불법영득의사 및 절도죄 기수 시점을 중심으로 법적 쟁점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술에 취해 남의 가방을 가져갔다가 다른 곳에 뒀다면 절도죄일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술에 취해 남의 가방을 가져갔다가 다른 곳에 뒀다면, 절도죄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범죄'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도 모르게 사라진 가방. CCTV를 돌려보니 한 남성이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전화 통화에서 그는 "술에 취해 실수했다"며 "가방은 근처에 뒀으니 찾아가라"고 말한다.
과연 그의 말처럼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엄연한 범죄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만취 상태였고 물건을 돌려놓았다는 주장과 관계없이 '절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가져간 순간 '찰칵'... 돌려줘도 절도죄는 성립"
가장 큰 쟁점은 범행이 '미수'에 그쳤는지, 아니면 완전히 성립한 '기수'인지다.
가해자는 가방을 다시 돌려놓았으니 큰 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의 판단은 다르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자신의 지배 아래로 옮기는 순간 완성된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법무법인 베테랑의 황순철 변호사는 "이미 가방의 점유권을 자신에게 취한 행위가 있었던 때, 즉 가방을 집어서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가지고 있었다면 그 즉시 절도죄는 성립한다"고 명확히 했다.
그는 "물건을 다시 돌려주는 경우 참작 사유는 될 수 있지만 이미 성립한 절도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대운의 채희상 변호사 역시 "절도죄는 재물을 자신의 지배하에 옮긴 시점에 기수가 된다"며 "일단 물건을 가져간 후 나중에 돌려놓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절도죄는 기수에 이르렀으므로 절도 미수가 아닌 기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가방을 가져간 그 순간, 범죄는 이미 완성됐다는 의미다.
"'술김에 실수'라는 변명, 법정에서는 통할까?"
가해자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방패는 '만취'와 '실수'다. 고의가 없었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정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만취한 상태에서 가방을 착각하고 가져간 경우에는 절도에서 의미하는 불법영득의사(타인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이용하려는 의사)가 없기 때문에 절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가방과 비슷해 착각하는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만취 상태에서의 범행이라 하더라도 심신미약 정도로만 인정될 뿐, 절도죄의 성립을 막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술에 취하여 자신의 행위의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초한 원인에 의한 경우 완전한 책임조각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며 만취 주장이 '만능열쇠'가 아님을 강조했다.
"내 것으로 만들 생각 없었는데도 유죄?... '불법영득의사'의 함정"
그렇다면 가방을 영원히 가질 생각이 아니라 잠시 사용하거나 다른 곳에 버릴 생각이었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절도죄의 핵심 요건인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가방을 가져간 후 본인의 동의 없이 외부에 유기했다면, 이는 본인의 점유(소유권)를 침해한 행위로 절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판례 역시 물건을 잠시 사용하려는 목적이었더라도, 원래 있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버리는 행위는 소유권을 침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본다.
결국 가해자가 가방을 가져가 소유자의 허락 없이 다른 장소에 유기한 행위 자체가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 소유물처럼 처분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가해자의 내심에 '영원히 갖겠다'는 의사가 없었더라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본인 입장에서 절도가 명백해 보인다면 수사기관에 절도죄로 고소, 신고를 하고 CCTV 확보 요청을 하여 수사를 진행시키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CCTV 영상, 가해자의 자백이 담긴 통화 녹음 등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물론 가해자가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해품이 반환된 점 등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정할 때 유리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정상참작' 사유일 뿐, 범죄의 성립 자체를 뒤집지는 못한다. '술김에 한 실수'라는 안일한 생각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