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신고가 부른 악몽,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린 시민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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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신고가 부른 악몽,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린 시민의 호소

2025. 12. 15 11:5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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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 구매대행 아르바이트 하다 범죄 연루…선제 신고에도 6개 경찰서 중복 수사 '고통'

A씨는 가상화폐 구매대행 알바가 보이스피싱임을 알고 먼저 신고했으나, 오히려 사기 방조 피의자로 입건돼 중복 수사를 받게 됐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가 먼저 신고했는데"…보이스피싱 공범 몰려 6개 경찰서 불려다니는 '생지옥'


평범한 부업이 악몽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상화폐 구매대행이라는 생소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그저 성실한 시민일 뿐이었다.


내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체 없이 경찰서로 달려갔을 때, 나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추가 피해를 막은 정의로운 시민이 된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손에 들린 것은 표창장이 아닌, 6개 경찰서에서 날아온 피의자 출석 요구서였다. 선량한 시민에서 한순간에 '사기 방조' 피의자로 전락한 기막힌 이야기다.


"은행 확인 끝났다" 그 말 한마디에…평범한 부업이 '범죄의 덫'으로


모든 것은 가상화폐인 '테더'를 대신 사주는 부업에서 시작됐다. A씨는 어느 날 한 거래자의 요청을 처리하던 중 불길한 낌새를 느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태연했다. "은행에서 송금자를 모두 확인했다"는 말로 A씨를 안심시켰고, 그는 그 말을 믿었다. 그것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었다.


다음 날,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당했음을 직감했다. 그는 곧장 경찰서를 찾아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선제적으로 신고했다. 심지어 범인이 "3천만 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왔을 때도, A씨는 굴하지 않고 경찰과 상담하며 맞섰다.


그러나 그의 선의는 끔찍한 결과로 돌아왔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피해자들이 각자의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A씨는 무려 6곳의 경찰서에 '피의자'로 입건되고 말았다.


"무조건 내려오라"…피해 막은 시민에게 돌아온 경찰의 '고압 수사'


진정한 악몽은 그때부터였다. 각기 다른 경찰서 수사관들은 A씨에게 저마다 출석을 요구했다. 일부 경찰서는 A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무혐의 처리를 약속하거나, 거주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도록 하는 '촉탁수사'를 진행해 주었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지방 경찰서들은 막무가내였다.


A씨는 "지방인데 촉탁 안 된다고 무조건 내려오라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조사를 받기로 했고, 무혐의가 유력한 사건이라고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한 수사관은 사건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A씨를 범죄자 취급하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동일한 사건으로 여러 지역을 오가며 같은 진술을 반복해야 하는, 불필요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알면서도 계속했나? '미필적 고의' 딜레마와 '선제 신고'라는 최강의 무기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혐의를 '사기방조죄'로 본다. 윤형진 변호사는 "사기의 점에 대하여 미필적으로라도 고의가 있었다면 사기방조죄로 처벌받는다"며 "단 몇 마디 진술 때문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면서도 거래를 계속했다면, 범죄를 저지를 뚜렷한 의사(고의)가 없었더라도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A씨의 경우엔 이 혐의를 벗어날 강력한 방어 수단이 있다. 바로 '선제적 신고'다.


김일권 변호사는 "A씨가 선제적으로 경찰에 신고하였기 때문에,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서 신속하게 신고하여 추가 피해를 방지하려 노력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대처"라며 이 점이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A씨가 범죄를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알렸다는 사실이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변호사부터 찾아라"…중복·강압 수사, 이렇게 맞서야 산다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상황에서는 즉시 변호사를 선임해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 경찰서를 상대로 개인이 일관된 법적 대응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복 조사다. 박성현 변호사는 "촉탁조사를 요청하여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다미 변호사도 "조사 촉탁은 경찰의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변호인을 선임한다면 정식으로 수사촉탁 등을 서면 요청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당하거나 강압적인 수사에 대해서는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실이나 상급 기관에 민원을 제기해 수사관 교체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의 사례는 누구든 한순간의 실수로 범죄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준다. 동시에 억울한 피의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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