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회사, 이름만 바꿔 영업한다면? '진짜 사장' 밝힐 자료들
폐업한 회사, 이름만 바꿔 영업한다면? '진짜 사장' 밝힐 자료들
법인격부인론 소송, 세무서·은행·PG사에 요청할 증거 목록과 방법

채무 회피 목적으로 세운 새 회사에 기존 채무를 묻기 위해선 '법인격 부인론'을 주장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빌려준 돈을 갚아야 할 회사(B)가 폐업하고, 비슷한 이름의 새로운 회사(A)가 그 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면 채권자는 누구에게 돈을 받아야 할까?
A씨는 A회사가 B회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유령회사'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지만, A사는 단순 관리 업체일 뿐이라며 발뺌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A사와 B사가 실질적으로 같은 회사임을 입증하려면 법원에 어떤 자료를 요청해야 할까?
법인격부인론, '돈의 흐름'과 '조직의 동일성' 입증이 관건
A씨 사례처럼 기존 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새 회사를 세웠다는 의심이 들 때, 채권자는 새 회사를 상대로 '법인격 부인론'을 주장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법인격 부인론이란, 법적으로는 별개의 회사라도 실질적으로는 같은 회사로 볼 수 있다면, 회사라는 법적 형태(법인격)를 무시하고 그 배후에 있는 주체에게 책임을 묻는 법리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법인격부인론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형식적인 계약서보다 실제 영업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매출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가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즉, A사가 쇼핑몰 운영으로 번 돈을 실제로 가져갔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원에서 이를 인정받으려면 두 회사가 외형만 다를 뿐 인적·물적 조직이 동일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회사의 자산, 직원, 영업장소, 사업목적이 동일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은행·결제대행사(PG)엔 '최종 정산계좌'를 물어야
실질적인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변호사들은 은행과 결제대행사(PG)에 대한 사실조회를 강조했다. 쇼핑몰 매출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통장으로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은행과 결제대행사에는 가맹점 계약 주체와 정산계좌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쇼핑몰의 결제대행 가맹점 계약 당사자 ▲가상계좌 개설 명의인 ▲매출 정산금이 최종 입금되는 계좌 명의와 그 변경 이력 ▲계약 당시 제출된 사업자등록증 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쇼핑몰 Z의 매출 대금이 최종적으로 A법인의 계좌로 꾸준히 정산되었다면, 이는 A사가 '단순 IT 관리 회사'라는 주장을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세무서·공단엔 '사업 승계' 흔적을 찾아야
두 회사의 인적·물적 동일성은 세무서나 공단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회사 B의 자산이나 직원이 새로운 회사 A로 그대로 넘어갔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관할 세무서에 A회사의 매출처별·매입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A사가 기존 B사의 거래처들과 계속 거래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변호사들은 ▲두 법인의 사업자등록 신청·변경·폐업 신고 내역 ▲사업장 소재지 변경 이력 ▲대표자 및 주주 구성원 등을 확인해 두 회사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근로복지공단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B사 직원들이 폐업 직후 A사로 고용 승계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인적 조직의 동일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