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끊은 아버지의 빚, '상속포기'하면 아버지 병원비 안 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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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끊은 아버지의 빚, '상속포기'하면 아버지 병원비 안 내도 될까?

2025. 11. 13 09:4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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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문가들 "상속포기 시 병원비 지급 의무 없고, 장례 치러도 빚 승계 안 돼"…사망진단서 발급 거부도 명백한 불법

수십 년간 왕래 없던 부모가 빚만 남기고 사망해도 자녀는 빚을 갚을 법적 의무가 없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수십 년 남처럼 산 아버지가 남긴 빚더미, 자식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어느 날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수십 년간 왕래조차 없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A씨를 기다린 것은 애틋한 부녀 상봉이 아닌, 아버지가 남긴 막대한 빚과 병원비 청구서였다. 재산은커녕 빚만 가득한 아버지의 마지막 앞에서, 자식 된 도리와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A씨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병원비 내야 사망진단서 준다?"…법의 철퇴 '명백한 불법'


A씨의 발목을 가장 먼저 잡은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였다. 병원 측이 자신에게 병원비 납부를 강요하고, 만약 돈을 내지 않으면 사망진단서조차 떼주지 않을까 봐 밤잠을 설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씨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낼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법무법인 숭인 임은지 변호사는 "아버지의 병원비는 아버지 본인의 채무"라며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해당 빚을 갚을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병원이 소송을 걸어와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병원비 미납을 구실로 사망진단서 발급을 거부하는 행위는 의사나 병원이 해서는 안 될 명백한 불법이다. 의료법 제17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단서 발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으며, 병원비 미납은 결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이런 일을 겪는다면 즉시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해 해결할 수 있다.




'빚의 대물림' 끊는 법적 방패,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빚의 대물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답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있다. A씨와 언니는 본인은 상속포기를, 언니는 한정승인을 하기로 계획했다.


'상속포기'란 말 그대로 고인의 재산과 빚 모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법원에 신고가 완료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법적 관계가 완전히 정리된다.


반면 '한정승인'은 조금 다르다. 고인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면, 그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는 제도이다. 빚이 재산보다 많더라도 물려받은 재산만으로 책임을 다하면 되기에, 자녀가 자기 재산으로 부모 빚을 갚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준다.


김경태 변호사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사망진단서 발급이 늦어져도 주민등록등본이나 제적등본 등으로 사망 사실만 증명되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아버지 마지막 길은…" 장례 치르면 빚도 상속될까


A씨는 법적 문제를 떠나 도의적 책임감에 괴로워했다. "빚은 포기하더라도 아버지 장례는 치러드리고 싶은데, 혹시 장례를 치렀다는 이유로 빚까지 떠안게 되는 건 아닐까요?"


변호사들은 이 또한 기우라고 입을 모았다. 자녀가 자신의 돈으로 장례를 치르는 행위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도의적 행위'일 뿐, 아버지의 빚을 내가 갚겠다고 인정하는 '법정단순승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단순승인'이란 고인의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상속재산에 손을 대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A씨가 장례를 치르더라도 상속포기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임은지 변호사는 "병원 측에 '병원비를 책임지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거나, 섣불리 병원비를 일부라도 납부하는 행위는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절대 삼가야 한다"고 신중한 행동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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