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3900원 결제 누락, 절도죄일까? 법조계 "고의성 없으면 무죄, 형사조정 필수"
무인매장 3900원 결제 누락, 절도죄일까? 법조계 "고의성 없으면 무죄, 형사조정 필수"
피해자와 합의가 최선, 불발돼도 '고의 없음' 입증하면 불기소 가능성...변호사 의견서가 관건

A씨가 무인 매장에서 3900원 결제를 누락했다가 절도범으로 몰렸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3900원 결제 실수로 '절도범' 될 위기...무인매장 결제 누락, 법적 해법은?
"단순한 결제 실수였는데, 절도죄라니요."
3900원짜리 물건 값을 깜빡한 A씨가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법적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사소한 착오가 한순간에 전과자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그를 짓누른다.
모든 일은 작년 10월, 한 무인매장에서 시작됐다. 여러 물건을 고른 A씨는 스스로 바코드를 찍어 계산했지만, 물건 하나가 누락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 가격은 불과 3900원이었다.
몇 달이 흐른 뒤 A씨는 경찰로부터 절도 혐의로 신고되었다는 충격적인 연락을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훔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명백한 실수”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최근 검찰은 A씨에게 ‘형사조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왔다. A씨는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까 두려우면서도, 사건을 끝낼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의 없었는데"...실수 한 번에 '절도범' 낙인 찍히나?
A씨의 사례처럼 무인매장에서의 결제 누락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법적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핵심은 ‘불법영득의사(不法領得意思)’, 즉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김기윤 변호사는 “절도죄는 고의를 요건으로 한다”며 “물건을 훔치려는 의도 없이 단순 착오에 불과했다면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원은 CCTV 영상, 피고인의 행동, 결제 방식의 익숙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의성을 판단한다. 일부 물품만 의도적으로 빼고 계산하거나, 결제 오류를 인지하고도 매장을 떠나는 등의 행위는 유죄로 인정될 수 있다. 반면 A씨처럼 소액이고 다른 물건은 정상 결제했다면 실수로 인정받을 여지가 크다.
검찰이 제안한 '형사조정', 응하면 죄 인정하는 꼴?
법조 전문가들은 A씨가 ‘형사조정’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조정은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피해자와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하는 것과 형사조정에 응하는 것은 양립 가능하다”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검사의 처분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형사조정 테이블에서 A씨는 “훔칠 의도는 없었지만, 저의 부주의로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는 태도로 임하며 피해액 3900원과 소정의 위로금을 전달해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 피해자가 합의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사는 ‘기소유예(죄는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등으로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해자가 합의 거부하면 끝?…'불기소' 이끌어낼 마지막 카드
만약 점주가 완강해 형사조정이 결렬되더라도 길은 있다. A씨는 여전히 ‘혐의없음’ 처분을 목표로 다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변호인 의견서’다.
법률사무소 무율의 전준휘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의견서조차 제출한 적이 없다면, 피의자의 주장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검찰의 판단을 불기소로 기울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견서에는 ▲결제 누락 금액이 3900원으로 극히 소액인 점 ▲A씨가 초범이고 성실히 살아온 점 ▲무인 계산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 등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법리적 주장과 정상참작 사유가 담긴다. 검사는 경찰 기록뿐 아니라 이 의견서를 비중 있게 검토해 최종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
3900원짜리 물건 하나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A씨를 법의 심판대 가장자리에 세웠다. 그의 운명은 이제 ‘고의성’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피해자의 마음을 돌릴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