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상속받은 돈, 은행에 넣어놨는데…엄마가 다 써버렸어요
어릴 때 상속받은 돈, 은행에 넣어놨는데…엄마가 다 써버렸어요
자녀에게 상속된 돈이 자녀와 무관하게 사용됐다면, 반환 청구 가능
다만, 실제로 자녀 양육에 사용했다면 문제 삼기 어려워

아버지의 재산을 어머니와 함께 물려받게 된 A씨.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상속받은 돈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셔터스톡
A씨의 아버지는 어릴 적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아버지의 재산을 어머니와 함께 물려받게 됐다. A씨가 상속받은 것만 당시 약 5억원. A씨의 어머니 역시 이에 못지않은 금액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상속받은 돈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머니가 A씨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맡아주겠다면서다. 그러다 최근 A씨는 코로나로 인해 실직하게 됐고, 이 일로 어머니에게 "자신이 상속받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A씨의 어머니. 이상한 마음에 은행에서 확인해 본 결과, 해당 통장에 찍혀 나온 잔고는 100만원뿐이었다. 돈을 인출한 사람은 모두 A씨로 돼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실제로 돈을 인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황당한 마음에 어머니에게 찾아가 따지니 "어차피 너 키우는데 쓴 돈"이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도 도와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추측하건대, 어머니는 그동안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은 전혀 쓰지 않고, A씨의 상속 재산만 사용해 온 것 같다. 다소 억울한 A씨. 과연, A씨는 자신이 상속받았던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사실, 어린 자녀의 재산 등을 친권자인 모(母)가 관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법으로도 규정되어 있다. 민법 제920조는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자(子)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자(子)를 대리한다'고 정했다.
그러면서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A씨의 어머니 말대로 양육 비용으로 사용했다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친권자일지라도, 자녀의 재산을 사용할 때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통장에 입금되어 있던 돈을 A씨와 상관없는 곳에 소비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황미옥 변호사는 말했다. 이어 황 변호사는 "만약 어머니 명의의 예금계좌로 이체해 은닉한 정황 등이 있다면, A씨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이 경우 횡령죄 혹은 배임죄 등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규정으로 인해 처벌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사이에 발생한 재산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 형법의 특례 조항이다.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 박수진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일단 은행에서 A씨 계좌의 지난 25년 출금 내역을 확인해 본 뒤, A씨 어머니를 상대로 반환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