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물, 저작권 인정 안 되면 ‘인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AI 생성물, 저작권 인정 안 되면 ‘인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인간의 구체적 창작 기여 있어야 저작권 인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결과물이 예술과 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치열하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되어 있어, 인간이 아닌 AI가 자율적으로 만든 산출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저작권의 대안으로 '저작인접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보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저작물 성립의 대원칙과 ‘인간’의 요건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저작물은 자연인의 사상이나 감정이 외부로 구체화된 표현물이어야 한다.
사건을 맡은 대법원은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에 담고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2024다229671).
이와 같은 법리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명령어를 입력하는 행위는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여 창작적 기여로 인정받기 어렵다.
다만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구도와 색채 등 세부 표현을 주도했다면 저작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저작인접권의 정의와 보호 대상
저작권 인정이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거론되는 저작인접권이란, 저작물을 직접 창작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매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자에게 부여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인접권의 주체를 실연자(배우, 가수 등),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의 세 가지 유형으로 한정하고 있다.
저작인접권은 기술 발전에 따른 정보산업의 투자와 노력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저작권이 '창작' 자체를 보호한다면, 저작인접권은 그 창작물을 복제하고 전송하여 대중이 향유할 수 있도록 기여한 경제적·기술적 활동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인접권 적용의 한계
AI 생성물에 저작인접권을 적용하는 데에는 법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저작인접권은 원칙적으로 '저작물'의 전달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저작물성이 부정되는 AI 산출물에 인접권을 부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음악 AI의 경우 예외적인 검토가 가능하다.
AI가 생성한 음악을 음반에 고정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졌다면, 해당 인간은 저작권법 제2조 제6호에 따른 음반제작자로서 저작인접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보호 대상은 AI가 만든 음악 자체가 아니라, 그 음악이 담긴 '음반(고정물)'에 한정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대안적 보호
저작인접권으로도 보호받기 어려운 AI 생성물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이 실질적인 보완책이 된다.
이 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들여 만든 기술적 성과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에 대해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바 있다.
이는 저작권법상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AI 생성물 제작에 투입된 기획자의 경제적 가치와 노력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로 풀이된다.
입법적 과제와 미래 전망
현재 한국의 법 체계는 자연인의 창작을 전제로 하고 있어 AI 생성물과 투자자를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영국은 컴퓨터 생성 저작물을 창작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한 자를 저작자로 인정하는 명문 규정을 두어 입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향후 국내에서 AI 산업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논의의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AI 시대의 법적 보호는 저작권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인접권의 범위를 재검토하거나 부정경쟁방지법을 조화롭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