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내준 세금 20년치, 돌려달라" 사장의 소송
"대신 내준 세금 20년치, 돌려달라" 사장의 소송
직원 사망 후 대납금 반환 소송, 변호사들 "세금폭탄 맞을 자충수"

20년 근속 직원이 사망하자 사업주가 유족에게 대납 세금 반환 소송을 고려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20년간 한솥밥을 먹던 직원이 사망하자, 사업주가 유가족을 상대로 "그동안 대신 내준 세금과 4대 보험료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승소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임금 축소 신고 사실만 드러나 거액의 세금 폭탄을 맞는 최악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월급 330, 신고는 250"…20년 묵은 '편법'의 역습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한 사업주가 20년간 함께 일한 직원의 사망 후 유가족과 퇴직금 문제로 분쟁을 겪다, 노동청 진정 취하를 조건으로 합의금 4,9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합의와 별개로, 그동안의 '선행'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월급은 330만 원이었지만 국세청에는 250만 원으로 축소 신고했고, 그 차액 80만 원으로 직원 부담분 세금과 보험료를 대신 내주며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납금을 돌려받고자 유가족 상대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근로계약서나 합의서 한 장 없는 상황, 사업주가 가진 증거는 일방적으로 작성한 내부 장부뿐이다.
"증거 없는 대납은 사실상 임금"…법조계, 만장일치 '기각' 예상
법률 전문가들은 사업주의 승소 가능성을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명시적 합의 없이 20년간 특정 방식의 급여 지급이 관행처럼 이어졌다면, 법원은 이를 세후 금액을 보장해주는 '네트제(Net) 계약'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윤석 변호사는 "이 경우 대납한 세금은 부당이득이 아니라 사업주가 부담하기로 한 임금의 일부로 간주되어 반환 청구가 기각될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진수 변호사 역시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가 없는 상황에서는 법원이 해당 금액을 '대납금'이 아닌 '실제 임금' 그 자체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거들었다.
사업주가 유일한 증거로 믿는 내부 장부 역시 상대방 동의 없이 작성된 '나 홀로 문서'이기에, 법정에서 결정적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소송 걸었다 '세무조사' 자초…배보다 배꼽이 더 큰 위험
전문가들이 더 심각하게 지적하는 것은 '역풍 리스크'다. 소송을 거는 순간, 사업주는 스스로 20년간 임금을 축소 신고한 위법을 고백하는 꼴이 된다.
하영우 변호사는 "사용자 측의 위법·편법적 요소가 드러나면, 설령 실질적으로 대납이 있었다 하더라도 청구를 배척하거나 감액할 여지가 큽니다"라고 경고했다. 임호균 변호사는 더욱 구체적으로 "판사는 이 사안을 ‘임금 축소신고와 명세서 미교부라는 사용자의 위법행위 위에 세운 사후적 구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국세청 등이 이 사실을 인지하면, 지난 세월 누락된 세금과 가산세, 4대 보험료가 한꺼번에 추징되는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더불어 이미 노동청에서 합의한 사안을 두고 또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법원의 신뢰를 저버리는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으로 판단돼 소송 자체가 기각될 위험도 크다.
결국 변호사들은 소송이라는 무리수 대신, 현재 진행 중인 합의 과정에서 대납 사실을 주장해 합의금을 일부 감액하거나, 합의서에 '추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 조항을 명시해 분쟁의 불씨를 완전히 끄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