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기소유예 불가능한 이유? 은폐 공모 들통나 징역 4년 실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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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기소유예 불가능한 이유? 은폐 공모 들통나 징역 4년 실형 선고

2026. 01. 22 14:0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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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먼저 뻗었지" 비웃던 가해자

텔레그램 공모와 '패싱아웃' 판단에 무너진 합의 주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낯선 이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게임을 즐기는 파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남녀 사이에서 중대한 성범죄가 발생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으며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준강간기소유예 등 선처를 기대했으나,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2023고합162)는 최근 준강간 및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공범 B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긴 상태와 의식을 상실한 상태를 엄격히 구분하여 범죄 성립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박 신기한 경험" 문자가 공포로... 호텔 객실서 벌어진 위스키 11병의 비극

사건은 지난 2021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 객실에서 시작됐다. 피고인 A씨와 B씨는 파티 모집 어플을 통해 피해자 C씨 일행을 만났으며, 도수가 높은 위스키 4병을 마시며 수위 높은 스킨십이 오가는 게임을 진행했다. 피해자 C씨는 초반에 친구에게 "신기한 경험"이라는 문자를 보낼 정도로 분위기에 어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단시간에 다량의 술을 마신 피해자는 이내 정신을 잃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들이 마신 위스키 4병은 알코올 함량상 소주 약 11.2병에 달하는 양이었다. 피해자가 인사불성이 되어 침대에 눕혀지자, A씨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을 저질렀으며 B씨 역시 잠든 피해자의 신체에 손을 대는 등 범행을 이어갔다.


"가디건 갖다줄게" 다정한 문자의 소름 돋는 반전... 단톡방서 모의한 은폐 시도

피해자는 잠에서 깬 직후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하고 겉옷조차 챙기지 못한 채 호텔을 빠져나왔다. 이후 피해자가 성관계 여부를 묻자 A씨는 "너가 제일 먼저 뻗었지"라며 웃으며 범행을 부인했다. 특히 A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피해자의 가디건을 "퇴근길에 갖다주겠다"며 다정한 태도를 보여 피해자의 의심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의 실체는 단체 대화방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피고인들은 사건 직후 대화방을 만들어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원나잇이었던 것처럼 입을 맞추라"며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이러한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피고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블랙아웃' 아닌 '패싱아웃'... 법원이 준강간기소유예를 배제한 결정적 근거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단순히 기억만 못 하는 ‘알코올 블랙아웃’이었는지, 아니면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패싱아웃(의식 상실)’ 상태였는지였다. 피고인 측은 피해자가 게임에 적극적이었고 성적 호감을 표시했다고 주장하며 합의된 관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낯선 이들이 있는 개방된 호텔 객실에서, 나체 상태로 성관계에 동의했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동석했던 다른 증인이 "피해자가 의자에 축 늘어져 누가 봐도 취해 보였다"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피해자가 당시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분명히 했다. 과거 강제추행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는 B씨에 대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징역 4년 실형 선고... 범행 후 태도가 가른 유무죄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다른 일행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고, 사건 직후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번 판결은 술자리에서의 자발적 게임 참여가 성관계에 대한 동의로 해석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아울러 범행 후 단톡방 등을 통한 조직적 공모는 준강간기소유예와 같은 선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합162 판결문 (2023. 10. 26.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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