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때리고 싶다"…이 말, 협박죄로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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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때리고 싶다"…이 말, 협박죄로 처벌 가능할까?

2025. 09. 29 09:5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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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9명 중 5명 '어렵다'…의견 갈렸지만 '처벌 어렵다' 우세, 판단 기준은 '객관적 공포심'

A씨가 어느날 길을 걷다가 생면부지의 사람으로 부터 "때리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협박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때리고 싶다"는 말 한마디, 협박죄 될까?…법의 저울은 '상황'에 달렸다


길에서 낯선 이에게 "때리고 싶다"는 말을 들은 시민의 사연이 법적 공방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어느 날 길을 걷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때리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불쾌감을 넘어 신변의 위협을 느낀 한 시민이 이 말을 녹음해 변호사들에게 협박죄 고소가 가능한지 물었다. 이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때리고 싶다" 한 마디, 법의 저울은 어디로


시민의 질문에 답한 변호사 9명 중 과반인 5명은 협박죄 성립이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다. 반면, 나머지 4명의 변호사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추가 조건들을 제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근소한 차이로 나뉘었다.


한장헌 변호사는 "단순히 '때리고 싶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협박죄 성립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법에서 말하는 협박은 피해자가 해를 입을 것이라는 '현실적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죽여버릴 거야' 같은 발언은 협박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지만, '한 대 맞고 싶냐' 같은 단순 감정 표현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경훈 변호사 역시 발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상대방에게 해가 되는 일을 알리는 것)'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이 공포를 느낄 만한 상황이었는지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반면, 협박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병찬 변호사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질문자에게 '때리고 싶다'고 발언했다면 협박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처벌을 위해서는 법리적 검토가 완료된 정식 형사고소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판단보다 신중한 법적 대응을 주문한 셈이다.


판결 가르는 '한 끗'…주먹 쥐었나, 따라왔나


결국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협박죄의 성립 여부는 '말' 그 자체가 아닌 '상황'에 달려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협박죄의 성립을 판단할 때 발언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발언의 어조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김경훈 변호사는 협박죄 성립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발언과 함께 주먹을 들어 보이는 등 위협적 행동 ▲지속적으로 따라오는 행위 ▲추가적인 위협 발언 등을 꼽았다.


한장헌 변호사도 흉기를 소지했거나 주먹을 쥐는 행동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때리고 싶다'는 말에 더해진 위협적인 행동 하나가 단순 시비와 형사 범죄를 가르는 결정적 '한 끗'이 되는 것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만약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행동이 불안감을 조성했다면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문제 삼을 여지는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녹음기는 돌고 있었다…CCTV가 마지막 퍼즐


이 시민의 손에는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라는 무기가 들려 있었다. 이현권 변호사는 "녹음기를 통해 해당 발언이 녹음되었고, CCTV 영상이 있다면 그것들은 사건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CCTV는 말만으로는 알 수 없는 당시의 몸짓, 표정, 거리 등 객관적 상황을 입증할 결정적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CCTV 영상 확보다. 영상은 보관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가 생명이다.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기관이 직접 영상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소가 이뤄져야만 경찰이 CCTV 관리자에게 영상을 요청하거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강제로 확보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길에서 들은 위협적인 한마디는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기엔 법의 문턱이 높다. 하지만 그 말이 나온 전후 맥락과 구체적인 위협 행위가 객관적 증거로 입증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스치듯 지나간 험한 말 한마디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수 있는 시대, 순간을 기록하는 작은 습관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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