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별거했지만 생활비는 꼬박꼬박…'황혼의 사실혼' 파탄, 법의 시간은 언제부터 흐르나
10년 별거했지만 생활비는 꼬박꼬박…'황혼의 사실혼' 파탄, 법의 시간은 언제부터 흐르나
재산분할 청구 시효 2년, '관계 단절' 시점 두고 법조계 분석 팽팽…생활비 지원 중단이 결정적 증거 될까

사실혼 관계 파탄 시점을 별거 시작 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지원이 끊긴 날로 볼 것인지 쟁점이 되고 있다. /셔터스톡
10년 별거 후 생활비 끊기자 시작된 재산 전쟁,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10년간 따로 살았지만 매달 생활비를 보내온 남편. 6개월 전 돈줄이 끊기자, 40년 넘게 이어진 부부의 인연은 재산분할 소송의 문턱에 섰다.
법적으로 이혼한 뒤에도 사실상 부부로 지내온 '사실혼' 관계에서, 관계가 끝나는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법의 저울이 향방을 가늠하고 있다.
"아빠가 집 나간 지 10년, 우리 엄마 괜찮을까요?"
40여 년 전 혼인했지만 25년 전 법적으로 이혼한 A씨의 부모는 이내 다시 합쳐 사실혼(사실상 혼인 관계)을 이어왔다.
평온하던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아버지가 집을 나가면서부터다. 아버지는 아들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어머니와 별거에 들어갔지만, 관계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불과 6개월 전까지 어머니가 사는 집의 관리비와 생활비를 매달 보내왔다. 심지어 주민등록상 주소지도 약 1년 전까지는 동일했다. 아버지가 전기차 구매를 위해 주소지를 옮기면서 서류상으로도 갈라섰을 뿐이다.
하지만 6개월 전 모든 경제적 지원이 끊기고 아버지가 독립된 거처까지 마련하자, 자녀 A씨는 어머니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혼의 종말, 10년 전인가 6개월 전인가
이번 사건의 성패는 '사실혼 관계가 언제 끝났는가'에 달려있다. 사실혼 역시 법률혼처럼 관계가 파탄 난 날로부터 2년 안에 재산분할을 청구해야 하는 '소멸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아버지가 집을 나간 10년 전을 관계 종료 시점으로 판단하면, 어머니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를 잃게 된다.
일부에서는 별거 시작일을 파탄 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순례 변호사는 "원래는 별거일이 사실혼 파탄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아버지가 생활비를 계속 보낸 점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수의 변호사는 경제적 지원이 끊긴 '6개월 전'을 종료 시점으로 주장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박흥수 변호사는 "관리비 납부를 종료한 시점을 (사실혼) 종료 시점으로 주장할 수 있다"며 "특히 이 시점부터 경제적 지원이 끊겼고 아버지가 독립된 거처를 마련한 점을 강조하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간 별거했더라도 생활비 지원 등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일부 유지됐다면, 그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시점을 관계의 종착점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전업주부도 당당히 요구할 권리, '기여도' 입증이 관건
재산분할 소송의 또 다른 핵심은 어머니의 '기여도'를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이다. 수십 년간 가정을 꾸리고 재산을 형성·유지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어머니가 직접 돈을 벌지 않았더라도 재산분할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순례 변호사는 "가사노동 자체도 기여도로 인정된다"고 설명했고, 권민경 변호사 역시 "장기간의 혼인생활 유지, 가사 노동 등을 통한 간접적 기여도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버지가 생활비·관리비를 보낸 통장 거래 내역 ▲과거 주소지가 같았던 점을 보여주는 주민등록초본 ▲가족 행사 참여 사진이나 주변인 증언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당사자 간 합의나 법원의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해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끝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다면, 수십 년 세월의 마침표를 어디에 찍을지는 결국 법원의 시간표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