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며 보낸 '잘 먹었다', 2년 뒤 성범죄 고소장으로
헤어지며 보낸 '잘 먹었다', 2년 뒤 성범죄 고소장으로
법조계, '성립 어렵다' 우세 속 '유죄 가능성' 경고…'변호사 조력'은 한목소리

한 남성이 헤어진 연인에게 '잘먹었다' 메시지를 보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홧김에 보낸 "잘먹었다"는 메시지 한 통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당사자는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범죄 성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수의 변호사가 '성적 목적'이 없어 무죄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일부는 해석에 따라 유죄가 될 수 있다며 안일한 대응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성범죄 전과자가 되지 않으려면 초기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년 전엔 "잘 지내"…벼락처럼 날아든 고소장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기분이 상해 "잘먹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여자친구는 "그래 잘지내"라고 답하며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대화를 마쳤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최근, 전 여자친구는 돌연 "내가 음식이야?"라며 해당 메시지를 문제 삼아 A씨를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고소했다. A씨는 "저 한마디로 고소가 접수된 게 어이가 없다"며 법률 플랫폼에 조언을 구했다.
'성적 목적' 없으면 무죄…다수 변호사 "성립 어렵다"
법조계 전문가 대다수는 A씨의 행위가 통매음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을 전달해야 성립하는 '목적범'인데, A씨의 사례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성적욕망이 아닌 분노에 의한 행위라고 판단될 경우에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잘 먹었다'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며, 문맥상으로도 성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라며 "또한 당시 상대방의 반응이나 2년이라는 시간 경과도 고소인의 주장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해석 나름' 유죄 가능성…섣부른 낙관은 금물
반면, 유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A씨가 보낸 메시지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 또한 "다소 다의적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표현이 무조건 통매음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라고 지적하며, 안일한 대응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통매음은 벌금형만 받아도 성범죄 전과가 남아 사회생활에 큰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조사' 괜찮을까…한목소리로 '변호사 조력' 강조
전문가들의 유무죄 판단은 엇갈렸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바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가 접수된 이상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이러한 사건은 대부분 1차 경찰 조사에서의 신문 내용이 이후 사건 전체의 향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법무법인 건영 김수민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 여부에 대해 "보통 초범인 경우 벌금 처분이 많으니 벌금 정도면 받아들여도 좋다면 선임 안하셔도 됩니다"라면서도 "다만, 통매음은 성범죄 전과이므로 공직진출 등을 생각하시면 선임하는게 좋습니다"라고 현실적인 선택 기준을 제시하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