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동의 없이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비밀번호 공유하고 무단출입…계약 해지할 수 있나?
임차인 동의 없이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비밀번호 공유하고 무단출입…계약 해지할 수 있나?
집주인이 임차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출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주거침입죄의 교사’ 또는 ‘방조’
임차인은 이를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꾀할 수 있어

임차인 동의 없이 집주인과 중개업소가 비밀번호를 제3자에게 제공해 무단 출입이 이루어졌다. 이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셔터스톡 대한 책
계약 기간이 2025년 말까지인 월세 주택의 임차인 A씨는 몇 달 전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이후 집주인은 이 집에 새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매물로 올렸다.
A씨는 매물 홍보 편의를 위해 B부동산중개업소에 현관문 비밀번호를 제한적으로 제공했다. A씨 허락이 있을 때만 집을 보여주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 부동산업체가 A씨 동의 없이 집주인에게 비밀번호를 전달하고, 집 주인은 이 번호를 또 다른 중개업소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허락 없이 타인이 A씨의 집안을 들락거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집주인이 현재 월세(월 170만 원) 보다 40만 원이나 높여 내놓는 바람에 새 임차인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집주인과 부동산업체에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집주인과 제3의 중개업자를 함께 피고소인으로 특정해 주거침입죄 고소장 제출 가능
주택 임차 기간 중 주거에 대한 점유권은 임차인에게 귀속되므로, 집주인이라 하더라도 임차인 동의 없이 출입하거나 제3자에게 출입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면 ‘주거침입죄의 교사’ 또는 ‘방조’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지적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임차인 동의 없이 집주인이나 중개업자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무단출입하는 일이 발생했다면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집주인이 직접 출입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에게 출입 가능성을 제공했다면, 주거 침입 방조 또는 교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집주인이 실제로 비밀번호를 제3자에게 전달하여 무단출입이 발생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형사 고소의 근거로 충분하다”며 “따라서 집주인과 제3의 중개업자를 함께 피고소인으로 특정하여 주거침입죄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B중개업소가 임의로 집주인에게 비밀번호를 전달한 것은 공인중개사법상 의무 위반
A씨로부터 받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동의 없이 집주인에게 제공한 B부동산중개업소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한병철 변호사는 “B중개업소가 임차인의 제한적 허락 조건을 위반하고 집주인에게 비밀번호를 전달한 것은 공인중개사법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강희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는 중개 의뢰인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임차인 A씨의 명시적 조건을 위반하여 비밀번호를 집주인에게 전달한 것은 명백히 공인중개사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 이는 관할 구청을 통한 행정처분 사유가 되고, 업무정지나 자격정지 등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형사적으로도 ‘주거 침입 방조’ 책임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형사 기소 가능성은 낮은 편이므로 행정적 제재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실효성 있다”고 조언한다.
임대인이 반복적으로 임차인 동의 없이 제3자의 출입 허용하면 임차인은 계약 해지 주장 가능
집주인이 시세보다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A씨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주원 권민 변호사는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로 특약 되어 있지 않은 한,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시세보다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려 매물이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임대인이 반복적으로 임차인의 동의 없이 주거에 출입하거나 제3자의 출입을 허용하는 경우라면 이는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임차인은 이를 근거로 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주장할 수 있다”고 김강희 변호사는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현시점에서 A씨가 임대차 계약 해지를 원한다면, 주거 침입을 이유로 들어 임대인과 합의 해지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