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선빵칠 것” 단톡방서 집단폭행 모의, 실제 공격 전에 고소 되나?
“만나면 선빵칠 것” 단톡방서 집단폭행 모의, 실제 공격 전에 고소 되나?
19명 참여 채팅방에 신상 퍼뜨리고 ‘샌드백 만들자’…행사장에서 찾자는 대화까지 포착

온라인 단체채팅방에서 특정인의 신상을 공유하며 집단 폭행을 모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A씨는 최근 자신에 대한 끔찍한 계획이 논의되는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을 제보받았다. A씨의 신상정보와 함께 행사장에서 집단으로 폭행하자는 구체적인 모의였다.
“다 같이 조질 준비”, “만나면 선빵칠 것 같다”, “내 샌드백 좀 하고 가라”. 대화 내용은 A씨에게 극심한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폭행 후 A씨가 먼저 성추행한 것처럼 꾸미자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 공격이 발생하기 전이지만, A씨는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다 같이 조질 준비”…사진 공유하며 동선 파악까지
사건은 A씨가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단체 채팅방에서 시작됐다. 이용자 B씨는 약 19명이 참여한 이 채팅방에 공지 형태로 A씨의 학력, 논문, 경제적 배경 등에 대한 허위 사실과 비공개 신상을 게시했다.
며칠 뒤, A씨가 특정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이 채팅방에 공유되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채팅방 운영자인 C씨를 포함한 참여자들은 A씨를 행사장에서 찾아내 폭행하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다 같이 조질 준비”, “만나면 선빵칠 것 같다” 등의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A씨의 사진과 외형 정보를 공유하며 행사장에서 식별할 방법을 찾고, 동행인과 떨어지는 시점을 확인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이 대화는 채팅방 참여자 중 한 명이 A씨의 안전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실제 폭행 없었어도 ‘협박죄’…“구체적 계획이 핵심”
변호사들은 실제 폭행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집단 폭행 모의 정황만으로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욕설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논의됐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신상 공개와 위해를 암시하는 발언이 포함돼 협박 등 혐의를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며 “위해를 암시하는 대화와 행사장에서의 접근 계획이 있었다면 경찰에 신고하여 예방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조지자', '선빵칠 것 같다'는 표현이 내부적인 농담에 그쳤다면 협박죄 성립이 다투어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사진과 외형을 공유하고 행사장에서 찾는 방법, 허위 성추행 신고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면 단순 욕설을 넘어 현실적인 위해 위험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고 짚었다.
실제로 여러 명이 위력을 보이며 협박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특수협박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19명 단톡방에 올린 허위사실, ‘사이버 명예훼손’도 성립
폭행 모의와 별개로, B씨가 단체 채팅방에 A씨의 신상과 허위사실을 올린 행위는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성립 가능성을 언급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약 19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공연성(전파될 가능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A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이라면 명예훼손에, 경멸적 표현은 모욕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별칭을 사용했더라도 단체방 구성원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면 피해자 특정성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제보자 신원 보호하며 고소 가능…“주동자 먼저 특정해야”
A씨가 우려하는 제보자 신원 보호와 고소 절차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민지 변호사는 “제보자의 신원은 수사기관에 비공개 요청할 수 있으며, 캡처 자료만으로도 우선 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지 작성자와 방 운영자를 우선 피의자로 특정해 고소하고 나머지 참여자는 수사 과정에서 특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도 “제보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캡처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며 “실제 폭행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구체적인 위해 정황이 있다면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한 고소·신고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