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중환자실에 있는데…도로 위 사망사고, 유족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가해자는 중환자실에 있는데…도로 위 사망사고, 유족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피의자 조사 기다리다간 증거 사라져…형사·산재 절차, 초기 대응이 관건

교통사고 조사 지연 시, 유족은 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CCTV, EDR 등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고 증거보전 신청을 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도로 유지관리 현장 조사를 하던 중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A씨. 가해 운전자는 중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있어 경찰 조사는 기약이 없다.
사고 순간을 담은 CCTV나 블랙박스 영상마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A씨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진실이 묻힐까 봐 두려운 마음이다.
이처럼 가해자 조사가 지연될 때, 유족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해자 조사만 기다리다간 '결정적 증거' 놓친다
변호사들은 피의자(가해자) 조사가 늦어진다고 해서 수사 전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조사를 기다리는 동안 사라질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보다 수사 초기에 확보해야 할 증거가 누락되지 않는 것”이라며 “피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어 조사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그와 별개로 현장 증거 확보는 충분히 병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사고 순간 영상이 없을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EDR(사고기록장치)이나 도로관리기관 기록 등 대체 객관적 증거를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중상으로 조사가 미뤄지는 사이 수사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경찰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수사 진행 상황을 지속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법원은 사고의 객관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경우,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멸되거나 훼손될 수 있으므로, 지금 즉시 대응해야 한다”며 “유족 측은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여 피의자 차량의 이벤트기록장치 자료, 도로관리기관 보유 자료 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기록장치(EDR)·작업일지…사라지기 전 확보해야 할 것들
그렇다면 유족이 확보를 요청해야 할 증거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
변호사들은 사고 당시 가해 차량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기록과 피해자의 작업 환경에 대한 기록을 꼽았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 주변의 CCTV나 가해 차량 블랙박스, 그리고 차량의 충돌 당시 상황을 수치로 기록한 사고기록장치인 EDR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지워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도로관리기관의 작업 일지 및 차로 통제 기록 ▲사고 현장의 안전조치(TMA 충격흡수차량, 라바콘 등) 이행 여부 ▲사고 구간을 통과한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이 핵심 증거로 꼽혔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원청과 협력업체의 안전조치 미흡 여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차로 통제 및 현장 안전조치 이행 여부는 향후 과실 비율 산정에 중요하므로 동료 작업자의 진술 등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형사 수사와 별개, '산재' 신청은 즉시 진행해야
변호사들은 경찰의 형사 수사와 별개로 산업재해(산재) 절차를 즉시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 중 발생한 사고인 만큼, 수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유족 보상 절차까지 늦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호안 조선규 변호사는 “산재 급여는 공단에 신청하는 행정절차로, 재해 발생 경위와 의학적 소견 등으로 신청이 시작된다”며 “형사 수사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 역시 “형사 절차와 별개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를 즉시 진행해야 한다”며 “산재 과정에서 확보되는 사업주 안전조치 미비 자료는 추후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보험사의 합의 제안은 산재 급여 및 민사 배상액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전체 금액을 계산하기 전까지 성급하게 합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