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죄 안 된다" 했는데 검찰은 "재판받아라"... 엇갈린 공항 주차장 뺑소니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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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죄 안 된다" 했는데 검찰은 "재판받아라"... 엇갈린 공항 주차장 뺑소니 판단

2025. 12. 12 15:0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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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차량 막아섰지만 그대로 도주

경찰의 초기 판단은 '불송치'

경찰은 무혐의 처분했으나 검찰이 CCTV 분석으로 혐의 입증해 기소 /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오전 7시경,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지하 주차장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30대 운전자 A씨가 몰던 차량이 주차장에 있던 행인 B씨를 충격한 것이다.


사고 직후의 상황은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달랐다. 피해자 B씨는 자신을 친 차량이 멈추지 않고 이동하려 하자, 차량 앞 보닛을 두드리며 막아섰다. 그러나 운전자 A씨는 멈추거나 내리지 않고 그대로 주행해 현장을 벗어났다. 이 사고로 B씨는 손목과 다리 등에 상해를 입었다.


명백한 사고 후 미조치, 이른바 '뺑소니' 정황이었으나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인명 피해가 없었고, 당시 상황상 A씨에게 구호 조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검찰, CCTV 분석 등 전면 재수사 착수... "구호 조치 필요했다" 결론 뒤집어

경찰의 수사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피해자 B씨는 즉각 이의를 신청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 형사1부(이동현 부장검사)는 기록을 검토한 뒤 보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도로교통공단 등에 교통사고 감정을 의뢰하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검찰은 경찰의 판단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와 피해자의 대응 등을 종합할 때, 운전자 A씨에게는 분명한 구호 조치 의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11일, A씨의 혐의를 인정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경찰 단계에서 묻힐 뻔했던 뺑소니 혐의가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혐의점이 입증된 셈이다.


혐의 입증됐는데 '불구속 기소' 결정... 법적 이유는?

검찰이 A씨의 혐의를 밝혀내 기소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뺑소니'라는 죄명에 비해 처분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는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요건'과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한하여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보완 수사 과정에서 CCTV 영상과 사고 감정 결과 등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낮다고 판단된 것이다. 또한 A씨의 신원이 확인되었고 일정한 주거지가 있어 도주 우려가 낮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아울러 수사기관은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피해자 B씨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위중하지 않았다는 점도 구속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증거와 법리에 비춰 뺑소니 사범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향후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하여 자신의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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