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서 잠들었을 뿐인데…“성행위” 신고에 공무원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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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서 잠들었을 뿐인데…“성행위” 신고에 공무원 ‘날벼락’

2026. 05. 04 11:1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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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건만 돼도 직장 통보”…증거 없는 신고에 엇갈린 변호사들 진단

사우나 수면실에서 잠결에 몸이 스쳤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공연음란죄 혐의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한밤중 사우나 수면실, 잠결에 낯선 이와 몸이 스쳤다는 이유로 ‘공연음란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공무원 A씨.


“저희는 어떤 성행위도 없었다”는 그의 절규에도, 사우나 주인의 신고 하나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억울함을 벗지 못하면 직장과 명예를 모두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과연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남성 둘이 성행위한다”…칠흑 같던 수면실의 악몽


사건은 0시경 서울의 한 사우나에서 시작됐다. 몸을 씻고 속옷 차림으로 수면실에 들어간 공무원 A씨.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겨우 자리를 찾아 누운 지 10여 분, 옆 사람이 몸을 밀착해 왔지만 그는 잠결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순간, 사우나 주인이 손전등을 비추며 들이닥쳤다. 주인은 두 사람을 향해 “떨어지라”고 소리치며 밖으로 끌어냈고, 다짜고짜 112에 “남성 둘이 수면실에서 성행위를 한다“고 신고했다.


A씨는 “저희는 어떤 성행위도 없었고, 어두운 수면실(손님들 모두 다 벗고 자는 공간이었다)에서 잠결에 몸이 서로 밀착됐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성행위를 한 것으로 비춰진 게 어이 없습니다”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경찰서로 동행한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어떤 성적인 접촉도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증거는 ‘주인 목격담’ 뿐…공연음란죄 성립될까


A씨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공연음란죄’라는 주홍글씨다. 형법상 공연음란죄는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음란한 행위를 해야 성립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객관적 증거는 전무하다. CCTV가 없는 수면실의 특성상, 유일한 증거는 사우나 주인의 목격 진술뿐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공간의 특성상 CCTV가 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결국 당사자들의 진술이 송치(유무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진단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현재까지의 상황을 법적으로 분석해 보면, 입건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단순 신체 접촉 외에 구체적인 성행위의 증거가 없고, 둘째, 수면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특성상 우연한 접촉이 있을 수 있으며, 셋째, 양 당사자의 일관된 부인 진술이 있습니다”라며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입건만으로도 불이익”…공무원 신분의 무게


설령 무혐의로 풀려나더라도 A씨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공무원’이라는 신분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개시(입건)하면 10일 이내에 소속 기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공연음란죄’로 입건되었다는 사실이 직장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A씨의 평판과 경력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옥민석 변호사가 “신분상 불이익이 있는 일생일대의 위기상황이니 만큼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에 법률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외친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공무원으로서 직업적 영향을 우려하고 계시므로, 법률 전문가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초기 조사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필요한 경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먼저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한 주인을 다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정말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했는지) , 의견서 제출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만약 그곳이 ‘성지’라면…” 검사 출신 변호사의 경고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검사 출신인 서아람 변호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현실적인 변수를 짚었다.


서 변호사는 “각 지역마다 성적 소수자들이 많이 모이는 사우나, 찜질방, 수면방 등이 있습니다(경찰관들은 어디어디인지 다 알고 있다). 보통 그런 곳에서 공연음란 행위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만일 상담자분께서 가신 곳이 그중 하나라면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경우에도 입건되기도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경찰이 해당 사우나를 암묵적인 ‘성지’로 인지하고 있었다면, 당사자들의 부인만으로는 수사기관의 의심을 떨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섬뜩한 분석이다.


한순간의 오해로 직장과 명예를 모두 잃을 기로에 선 A씨. 그의 법적 싸움이 억울함을 푸는 열쇠가 될지,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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