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딱지 붙은 수억 원, 법원 "돌려받을 길 있다"
'불법' 딱지 붙은 수억 원, 법원 "돌려받을 길 있다"
'실거주 의무' 위반 분양권 거래…달라지는 법원 판결에 주목

실거주 의무 분양권 불법 매수 후 돈 떼일 위험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법원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매수인 손을 들어주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실거주 의무가 풀리지 않은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계약서 한 장 없이 '믿음'으로 건넨 수억 원. 불법 거래는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절망 속에서, 최근 법원이 '매수인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불법의 늪에 빠진 돈, 과연 구제받을 수 있을까?
계약서 없이 수억 원…"돈 떼이면 방법 있나요?"
최근 한 온라인 법률 상담 커뮤니티에 절박한 사연이 올라왔다. 가족 중 한 명이 실거주 의무가 풀리지 않은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계약금과 프리미엄, 중도금 이자까지 이미 수억 원이 매도자에게 넘어갔지만, 손에 쥔 계약서는 한 장도 없었다. 모든 거래는 오직 '믿음'으로만 이뤄졌다.
잔금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상담자는 "매도자가 말 바꾸고, 불법점유로 소송걸고 돈을 안돌려주면 돌려받을 방법이 있나?"라고 물으며 깊은 시름을 드러냈다.
공증·근저당도 '그림의 떡'…뾰족한 수 없나
불안한 마음에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공증을 받거나, 매도인의 다른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법도 고민해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박영재 변호사는 "잔금을 빌려주는 구조로 공증을 작성하면 채권의 존재를 입증할 수는 있지만, 불법 거래라는 본질이 문제되어 법적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윤관열 변호사 역시 "근저당권 설정은 양 당사자의 합의가 필요하며, 불법 거래에 연루된 상황에서는 매도자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오히려 불법 거래의 증거만 남겨 형사 처벌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불법이면 끝' 옛말 되나…법원의 희망 신호
지금까지 이런 불법 거래에서 돈을 떼이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불법을 원인으로 건넨 돈은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 조항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의 판결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제공된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법원은 전매제한을 위반했더라도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매수인이 지급한 돈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는 추세다.
실제 한 판결에서는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실거주를 위하여 이 사건 분양권을 매수하게 된 것으로서 주택공급질서를 교란할 의도가 없어 보이는 점"(인천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21가합57611 판결) 등을 이유로 매수인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불법에 가담했더라도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면 구제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잔금은 절대 금물! '이것'부터 하세요"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추가 잔금 지급 중단'과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특히 김의지, 이진규, 박성현 변호사 등은 가장 현실적인 보호 조치로 '분양권 가압류'를 꼽았다. 김의지 변호사는 "잔금 지급 전 반드시 이러한 보호조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압류는 매도인이 분양권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이와 함께 증거 확보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김경태 변호사는 "특히 거래 과정에서의 모든 대화 내용, 송금 증빙, 정황 증거들을 철저히 보관해 두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잔금을 마저 치르기보다, 이미 지급한 돈을 지키기 위한 법적 방어막을 시급히 구축해야 할 때다.
